연탄난로, 그 따스함과 고마움...^^

 

 

아파트에 살다가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

첫 번째 맞이하는 겨울이 너무도 추웠습니다.

중앙난방으로 한 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지내던 아파트 생활과 달리

유난히도 추위를 많이 타는 나였지만 보일러 기름 값이 만만치가 않아 자주 틀지도 못하고,

황토 매트를 사용하면서 방 하나에 전기판넬이 깔려 있음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아이들도 없고 하니 부부가 한방에서 겨울을 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모두 그 방으로 옮겨 놓고 지내면서 초겨울을 버텼습니다.

 

그런데 참 불편한 게 많더군요.

첫 째는 글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것이 가장 불편했습니다.

글이란 혼자서 조용히 생각하며 써야하는데 옆에 사람이 있으니 제대로 써 지지가 않더군요.

전기세 또한 결코 기름 값보다 싸지가 않았습니다.

가정집에서 쓰는 전기는 용량이 제한되어 있어 그것보다 많이 쓰면 누진세가 더 붙더군요.

황토 매트, 전기판넬, 각종 전기난로 등을 마구 썼더니 전기세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해서 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가 저희 집은 거실이 2개인지라 공기가 잘 통하는 현관 입구 거실에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유지비가 가장 적게 들면서도

하루종일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연탄난로를 놓기로 했지요.

 

연탄난로와 연통을 사서 설치하는데 한 7만 원 정도 들더군요.

연탄은 한 장에 450원인데 하루에 2~3장이면 충분했습니다.

물론 연탄을 갈고 재를 치우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밤늦도록 컴퓨터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쓸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습니다.

 

자기 몸을 태워 주변을 따뜻하게 해주는 연탄을 활용하면서

이 겨울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기름보일러 시대가 열리면서 사라졌던

검은 연탄과 타고 남은 연탄 재, 연탄집게 등을 다시 만나면서

내 자신이 세상을 너무 편하게만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도 했습니다.

 

추운 겨울 동안 얼어붙었던 내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주었던

연탄난로, 검은 연탄  한 장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입니다.

연탄 하면 안도현 시인의 시가 생각나지요...^^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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