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

 

김필녀

 

 

딸을 시집보내고 처음 신접 살림집에 가던 날

손끝 야무진 살림솜씨에 감탄하면서도 연신

행주와 걸레 번갈아 훔쳐가며 나도 모르게

친정엄마 흉내를 낸다.

 

여자는 포시랍게 커야 시집가서도 팔자 좋게

손에 물 안 묻히고 편하게 산데이 하시며

쉰둥이 막내딸 애지중지 곱게 키우셨던

친정엄마 생각에 그만 눈시울이 붉어진다.

 

봄볕 좋은 날 텃밭 일구는 재미에 빠져 

옥수수 감자 상추도 심고 접시꽃 봉숭아 

좋아하는 꽃씨도 구해 며칠 정성들여 심었더니

손까시래기가 일어 손끝이 아리다.

 

거북등 같이 갈라지고 지문마저 닳아

희미해졌던 내 어머니 위대한 손

시집보낸 딸 그리는 친정엄마 되고 보니

뒤늦은 깨달음 진한 그리움으로 다가선다.

 

100422

    

 

♬ 할미꽃 / 박인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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