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항에서
김필녀
쉰 살 끄트머리를 간신히 부여잡은
죽마고우 두 남자의 넋두리
노을 품어 안은 진해항 바닷바람처럼
눅진하게 이어진다
어릴 적 무용담은 간데없고
허옇게 센 머리 쓸쓸하게 쓸어 넘기며
회 한 접시 쓴 소주잔 부딪치며 서로의
빛바랜 삶 어루만지기 바쁘다
멸치 떼 빠른 유영처럼 한 때는
온통 내 것인 양 겁 없이 세상 누비며
세월 가는 줄 모른 채 좌충우돌
앞만 보며 열심히 살았노라고......,
언제 다시 만선의 꿈 안고 돛을 올려
푸른 바다 향해 힘차게 항해할지 모르는
폐선 직전의 고깃배처럼 세월에 묶인 채
소주잔 부딪히는 소리만 저녁바다를 가른다.
1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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