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령九珠嶺 고갯마루에서

-S에게

 

김필녀

 

 

성능 좋은 차를 타고 올라와도

숨이 턱 막히는

*구주령九珠嶺 고갯마루에서

겹겹이 둘러싸인 산 굽이굽이 내려다보며

촉촉하게 젖어드는데

귓볼 스치는 오월 바람은

젊지도 늙지도 못한 지천명의

어정쩡한 가슴 밑바닥을 왜 그토록 긁어

설레게 하던 지요

꽃향기 물씬 풍겨 오면 그 품에 꼭 안겨

몽롱하게 꽃잠을 잔다한들

누가 탓하겠습니까만

코끝에 스치는 아카시아 진한 향기에 취해

횡설수설 갈之자 걸음을 걷는다 해도 이제는

허허롭게 웃어넘길 줄도 알아야겠지요

스스로 옥죄이며 살았던 지난한 세월

벅차게 올라왔던 고갯마루에 내려놓고

즐거운 마음으로 동행하려 합니다

싱그러운 계절 가슴으로 느끼며

꽃피워도 열매 없는 고독한 연가일지라도

그윽한 눈빛에 가슴 설레며

함께 거닐 수 있음으로 행복합니다.

 

100519

 

* 구주령 : 경북 울진군 온정면과 영양군 수비면 경계에 있는 백암산의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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