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정채봉
나는 없어져도 좋다
너는 행복하여라
없어진 것도 아닌
행복한 것도 아닌
너와 나는 다시 약속한다
나는 없어져도 좋다
너는 행복하여라
인 연
도종환
너와 내가 떠도는 마음이었을 때
풀씨 하나로 만나
뿌린 듯 꽃들을 이 들에 피웠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떠돌던 시절의 넓은 바람과 하늘 못 잊어
너 먼저 내 곁을 떠나기 시작했고
나 또한 너 아닌 곳을 오래 헤매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도 가없이 그렇게 흐르다
옛적 만나던 자리에 돌아오니
가을 햇볕 속에 고요히 파인 발자국
누군가 꽃 들고 기다리다가 문드러진 흔적 하나
내 걸어오던 길쪽을 향해 버려져 있었다
인연
이외수
안개꽃은
싸락눈을 연상시킵니다
그대가 싸락눈 내리는 날
거리에서
고백도 하기 전에 작별한 사랑은
어느 날 해묵은 기억의 서랍을 떠나
이 세상 어딘가에 안개꽃으로 피어나게 됩니다
아무리 방황해 보아도
겨울은 끝나지 않습니다
불면 속에서
도시는 눈보라에 함몰하고
작별은 오래도록 아물지 않은 상처가 됩니다
그러나 정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랑이
꽃으로 피어나게 된다면
그대가
싸락눈 내리는 날 거리에서
고백도 하기 전에 작별한 사랑은
아무래도 안개꽃으로 피어나게 되지 않을까요
인연
조선윤
세상에 태어나서
가는 길은 다르지만
만나고 헤어지는 만남 속에
스치는 인연도 있고
마음에 담아두는 인연도 있고
잊지 못할 인연도 있다
언제 어느 때 다시 만난다 해도
다시 반기는 인연 되어
서로가 아픔으로 외면하지 않기를
인생길 가는 길에
아름다운 일만 기억되어
사랑하고 싶은 사람으로 남아있기를
인연
박건호
바람은 구름을 흐르게 하고
구름은 하늘을 흐르게 하고
하늘은 강물을 흐르게 하고
강물은 역사를 흐르게 하고
역사는 사람을 흐르게 하고
사람은 바람을 흐르게 하고
인연
김지헌
눈 비벼 크게 떠 보아도
보이지 않는
질긴 끈 하나
너는 나의
태초의 바람
산맥을 가르고
바다를 가로 질러 내게로 왔구나
인연설
한용운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같이 있을 수 없음을
노여워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 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할 수 없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꽃잎 인연
도종환
몸끝을 스치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마음을 흔들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저녁하늘과 만나고 간 기러기 수만큼이었을까
앞강에 흔들리던 보름달 수만큼이었을까
가지 끝에 모여와 주는 오늘 저 수천 개 꽃잎도
때가 되면 비 오고 바람 불어 속절없이 흩어지리
살아 있는 동안은 바람 불어 언제나 쓸쓸하고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도
빗발과 꽃나무들 만나고 헤어지는 일과 같으리
스치는 인연
배은미
스쳐가야 한다면
그래야 만이 그도 살고 나도 살길이라면
아니, 나는 아니더라도
그만이라도 살수 있다면
스쳐가겠습니다
보낼수 없어 놓을 수 없어
그렇게 사랑한다고 잡고 싶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인연이 아니라서
정녕 그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면
스쳐가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그 만이라도 거두어 보살펴 주십시오
♬ 그 사람 /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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