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한 알의 미학
김필녀
문풍지 사시나무 떨듯 떨고
문고리에 손이 쩍쩍 달라붙던 동지섣달
안방 윗목에 두레상 펼쳐 놓고
언 손 호호 불어가며 콩을 고르시던 어머니
마당가에 떨어진 낱알 한 톨도
귀히 여기시던 당신의 삶
좋은 콩은 팔아 자식 공부시키고
벌레 먹은 쭉정이만 드셨다
어머니 삶을 닮아가려면
까마득하기만 한데
어눌한 손놀림으로
검정콩을 고르다가
장롱 밑으로 굴러들어간 콩 한 알 줍느라
납작 엎드려 끙끙거린다
이 겨울 지나면 당신의 높은 경지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 1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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