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자반
김필녀
까만 콩자반에 신 김치도
감지덕지하던 시절
피아노를 즐겨 치던 친구의
도시락 반찬으로 싸온
계란 프라이 소시지는
너무나도 먼 나라 음식이었다.
강산이 서너 번 바뀌는 동안
소박한 입맛마저 탐을 내던
먼 나라 사람들 식탁에도
염소 똥 같은 반찬
액세서리로 섞어 차리겠지만
그 맛을 제대로 알기나 할까
흰 머리카락 검어진다는 속설에
순박하던 산골소녀 시절은
까맣게 잊어버리고서
한 숟가락 푹푹 퍼서 우물거리며
그들과 한 통속이 되어 버렸으니
그때 그 맛 제대로 찾을 길 없다
- 1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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