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에서

 

김필녀

 

 

대합실도 역무원도

기차시간표도 없는 간이역 플랫폼에

눈이 내린다

 

아득한 기억

더듬기라도 하듯이

눈보라를 헤치며 달려온 기적소리는

간이역을 지날 때마다

더욱 크게 울린다

 

삭아 내리는 침목 저만치서

세라복 입은 여학생

하얀 목덜미 훔쳐보며

저 혼자 볼 살 붉어지던 첫사랑도

손을 흔들고

 

객지로 떠나는 자식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눈물 감추던

등 굽은 어머니 모습도

눈발 속에 아른거린다

 

가고 오는 이 없는

한적한 간이역 철길 위를

하염없이 걷노라면

그리운 사람 잃어버린 추억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

 

- 150129

 

 

 

 

 

 

'김필녀의 삶과 문학 > 김필녀자작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몸살  (0) 2015.02.01
나는 매일 마당을 쓴다  (0) 2015.01.31
겨울폭포 앞에서  (0) 2015.01.18
콩자반  (0) 2015.01.13
봄동 겉절이  (0) 2015.01.1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