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마당을 쓴다

 

김필녀

 

 

새벽마다

어슴푸레 들려오던

아버지의 고른 비질 소리

 

일정한 운과 리듬으로 들려오던

싸라락 싸라락, 싸리비 소리는

달콤한 자장가였다

 

이불을 끌어 당겨

다시 꿀잠에 빠져들던

마당 넓은 고향집 그리워

 

내 안에 더께진 먼지 쓸어내듯

어설픈 몸짓으로

마당을 쓴다

 

- 150131

 

 

나는 아버지 쉰살에

어머니 마흔 아홉게 태어난 쉰둥이 막내딸이었다

금이야 옥이야 귀여움을 받고 자랐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부모님이 늘 못마땅했다

막내딸 시집보내고 돌아가시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셨기에 25살에 시집가서

외손녀와 외손자를 차례대로 안겨드렸다

내 나이 28살에

일흔 일곱이셨던 아버지 저 세상으로 가시고

그 이듬해 어머니도 데려가셨다

부모님 저 세상으로 가신지도

어느덧 30년이 흘렀으니 세월이 참으로 빠른 것 같다

사진은 1978년 가을 고향마을 어귀에서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고 찍은 아버지 사진이다

오른쪽 외딴집 뒤로 보이는 나즈막한 산은

늪실 양지마을 앞에 있던 동뫼산이었는데

지금은 없어지고 소나무 한 그루만 남아

동무들과 함께 소꼽놀이 하던 추억을

생각나게 하고 있다

저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그리운 내고향 마을이

눈앞에 펼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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