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序詩 읽다가… 고개 떨군 일본인들
 

[尹시인 유학했던 도쿄 릿쿄大서 70주기 추모 낭독회 열려]

"평화 메시지 가득한 작품 보며 전쟁 향해 치닫는 日사회 반성… 역사 왜곡도 바로잡게 되길"
日시민·유학생 등 400명 참석… 한국어·일본어 번갈아 낭송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22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릿쿄(立敎)대학교 예배당. '윤동주〈사진〉 시인 70주기 추모 낭독회'에 참석한 일본 시민과 한국인 유학생 등 400여명은 일본어와 한국어로 번갈아 낭독되는 '쉽게 씌여진 시'를 지긋이 눈을 감고 경청했다. 이 시는 윤 시인이 릿쿄대 영문과 유학 시절 썼던 작품이다.

이날 낭독회에서는 초등학생부터 원로 배우에 이르기까지 국적과 세대를 초월한 이들이 '햇비' '풍경' '십자가' '참회록' '쉽게 씌여진 시' '서시' 등 윤 시인의 시 6편을 낭독했다. 섬유 예술가 가와이 미쓰코씨는 곱게 차려입은 한복에 쪽진 머리를 하고 '풍경'을 암송했다. 이 밖에도 '윤동주 장학생'으로 선정된 릿쿄대 유학생, 직장인, 배우 등이 낭독자로 나섰다. 대표작 '서시'는 참석자 전원이 한국어와 일본어로 함께 낭독했다.

박춘희(19)양은 "재일교포로 자라면서 윤동주 시인의 시는 많은 위로가 됐다"며 "오늘 낭독회에서 다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요네무라 쇼지(米村正治·69)씨는 "종전(終戰)을 몇 달 앞두고 유명을 달리한 시인의 작품을 보며, 요즘 전쟁을 향해 치달아가고 있는 듯한 일본 사회 분위기를 반성하고 싶다"고 했다.

이 행사는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의 모임'이 주최했다. 야나기하라 야스코(楊原泰子·68)씨를 주축으로 릿쿄대를 졸업한 일본인들이 결성한 단체로 매년 2월 윤 시인의 기일에 맞춰 추모 낭독회를 열고 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추모 낭독회는 매년 300명 이상이 참석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야나기하라씨는 "나 같은 전후 세대는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만행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윤 시인의 작품을 통해 일본의 역사 교육을 바로잡고, 생명과 평화의 메시지가 널리 알려지길 염원한다"고 말했다.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대 모임’의 회원들이 22일 일본 도쿄 릿쿄대에서 열린‘윤동주 70주기 추모 낭독회’에서 윤동주 시를 낭독하고 있다. 릿쿄대 출신 일본인들이 마련한 윤동주 추모 행사는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그의 70주기인 동시에 종전(終戰) 70주년을 맞은 올해에는 이달 초부터 후쿠오카·교토·도쿄에서 추모 행사가 이어졌다. /양지혜 특파원

 

윤동주 시인은 25세이던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가 릿쿄대와 교토 도시샤(同志社)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1943년 7월 우리말로 시를 쓰다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세상을 떠났다. 일본에서는 이달 초부터 그가 거쳐 간 도시인 후쿠오카와 교토, 도쿄 순으로 유품 전시회 및 추모 행사가 진행됐다 

 

출처 : 碧波 藝術村
글쓴이 : viv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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