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立夏

 

김필녀

 

 

찰랑거리는 논물 속에

오월의 신록 눈부시고

 

허물어진 논둑 반지르르하게 다듬는

농부의 구부정한 허리 위에

뻐꾸기 소리 청아하다

 

곤두박질치는 벼 수매가에

스르르 맥이 풀리지만

 

금싸라기 같았던 이밥 생각하며

삽자루를 다시 잡는다

 

찔레순 꺾어 먹으면서도 배불렀던

옛날이 그리운 것은

 

토담 틔워 허물없이 나누었던

사람 냄새 나는 정 때문이리

 

- 1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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