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꽃에게 미안하다

 

김필녀

 

싹둑싹둑

반복되는 가위질소리

채 피지도 못한 채

목이 꺾인 꽃봉오리

땅에 떨어질 때마다

내 몸도 함께 오그라진다

 

꽃이 어찌 뿌리보다 아름답지 않을까

꽃이 어찌 뿌리보다 유용하지 않을까

 

한쪽이 없어져야

다른 한쪽이 살아남는 세상사

내 몸이 닳아 없어진다 해도

멈출 수 없는 가위질

먼 산 뻐꾸기 소리에 잠시

잔혹한 손놀림 멈추고 하늘을 본다

 

- 180511 / 초고

 

 

출처 : 마 캐는 시인, 김필녀 시인의 아정농원
글쓴이 : 김필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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