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내리는 눈 김필녀 겨우내 감질나게 내리던 눈은 경칩을 하루 앞두고서 수액을 빨아올리며 봄을 채비하고 있던 나뭇가지 위에 함박눈으로 내렸다 순백의 아름다움 앞에서 내 무딘 언어의 한계는 첫사랑 고백처럼 입가에 맴돌기만 할 뿐 한 마디 표현도 하지 못한 채 가슴앓이만 하다가 그냥 보내고 말았다 행복한 순간은 빨리 지나간다고 했던가 사랑하던 사람은 가고 없어도 사랑하던 기억은 또렷이 남아 가슴 한켠에 아름다운 무늬를 새긴다 3월에 내리는 눈은 새싹들이 움트고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수가 되어 마른땅을 적시듯이 마음속으만 간직하고 있었던 그 사람의 순백의 편지였는지도 모른다 080304 / 춘설이 내리던 날 ♬ Yuhki Kuramoto / Lake Loui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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