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장날, 만원 버스를 타 보셨나요
김필녀
할맴, 장에 가시니 껴
하회댁요, 김장했니 껴
안동 장날,
봉정사에서 출발한 51번 버스 안이
장보기 나선 어르신들 안부인사로
장터마냥 시끌벅적하다
불편한 몸 지팡이에 의지한 채
버스를 타고 내리는 어르신들 다치실까
마음 졸이는 기사님은 아들 심정으로
연신 뒤돌아보기 바쁘다
몸무게 보다 더 큰 짐을 이고 진 채
버스 바닥에 푹 퍼질러 앉은 어르신들 앞에
삶의 현장을 찾아 가끔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쉰 중반의 나는 아직 새댁이다
아들 같은 버스기사님도
아직은 여자이고 싶은 나도 흐르는 세월 속에
한 시대 젖줄처럼 열심히 살아온 어르신들처럼
고운 주름 지으며 나이 들겠지
12월에는,
오일장이 서는 시골 만원 버스를 타고
삶에 젖어 잃어버렸던 나를 한 번 찾아보자.
1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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