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김필녀

 

 

맑고 투명한 햇살 따스하게 내려앉은

넓은 창가에 마주 앉아

황금잔에 담긴 커피를 마신다

도둑이 은수저를 훔쳐가면서 그 자리에

다른 집에서 훔쳐온 황금잔을 놓고 갔다는

로마시대 전설이 문득 떠오른다

긴 세월 애타하며 서로의 마음 알기까지

잃어버린 것이 가벼운 은수저였다면

가슴 졸이며 그대로부터 얻은 것이

황금잔보다 더 무겁고 소중하다는 것

빨간 단풍이 다시 물들고서야 깨닫는다

서로의 눈부처 마주하며 가슴 젖고

진한 커피 향기에 마음 활짝 열었던

시월 어느 멋진 날 창밖에는

우리들 마음같이 붉게 타는 단풍잎

노란 국화향기 취하도록 아름다웠다.

 

101021 / 초고

 

♬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 조수미&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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