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굴손
김필녀
혼자서는 살아가지 못할 운명입니다
녹슬고 쓸모없어 버려진 쇠막대기도 좋고
생명이 다한 썩은 나뭇가지도 괜찮습니다 빌려만 주신다면
그냥 빌리자는 것은 아닙니다
생명이 꿈틀거리는 땅 속 이야기도 들려드리고
붉게 타는 태양의 정열도 흠뻑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원하신다면 어여쁜 꽃과 튼실한 열매도 주렁주렁 달아 드리겠습니다
운명을 탓하기보다 서로 위로하며 도란도란 걷는 길이 행복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여리디 여린 고사리 손이 날마다 조금씩 당신 등을 타고 오르면서
쓸모없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버팀목으로 거듭난 당신의 굽은 등이 하느님입니다
120719
♬ 그대음성에 마음이 열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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