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녀의 풀꽃일기 / 130612

 

 

여자는 집안에서 살림을 해야 한다는 어른들 말씀이 맞는 것 같다.

일손을 구하기가 힘들어 5천 평이나 되는 농장을 남편과 둘이서 하다 보니

집안 살림이 말이 아니다.

빨래는 세탁기가 해결해 주지만, 반찬이 문제다.

때마침 비가 내려 마음먹고 찬거리를 사러 시장을 다녀왔다.

남편이 좋아하는 열무김치도 담그고, 멸치도 볶고, 몇 가지 밑반찬을 해 놓으니

냉장고가 그득해 부자가 된 듯하다.

열무를 다듬다가 만난 달팽이와 한참 노닐다가 시도 한편 건지게 해 주어

고마운 마음에 열무 몇잎과 함께 꽃밭에 풀어 주며 여유를 부렸다.

 

일주일 전에 집안에서 급히 다니다가

운동기구 모서리에 왼쪽 새끼발가락을 심하게 부딪쳐

피멍이 시커멓게 맺히고 많이 아팠다.

며칠 지나면 괜찮을 것이라며 물파스를 발라가며 밭에서 일을 했는데

쉬이 가라앉지 않고 계속 저리고 아파 병원을 갔다.

엑스레이를 찍으니 새끼발가락 발끝 뼈에 실금이 가서 부목을 하고 돌아왔다.

 

별일 아니라고 미련을 부린 결과다.

다음부터는 몸에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병원을 찾아야겠다는 뒤늦은 후회를 해본다.

한동안 푹 쉬어 좋기도 한데, 다음 주부터 감자도 캐야하는데 걱정이다.

농부에게 몸이 천금이라는 것을 뿔농군의 아내는 이제야 깨닫는다.

 

  ↓ 열무를 다듬다가 달팽이를 만나다

 

 ↓ 남편이 좋아하는 열무김치를 담그다

 

   ↓ 왼쪽 발에 부목을 하다

  

↓ 한가해 집안을 이리저리 다니며 셀카를 찍다..^^ㅋㅋ

 

달팽이

김필녀


누구나 가는 길
가슴에 품은 뜻 다르다

느리다고 연약하다고 
비웃지 말자

날이 시퍼렇게 선 식칼 앞에서도
촉수를 세우고
제 갈길 열심히 가고 있는 달팽이를 보라

갑의 행복, 을이 모르듯이
을이 품은 깊은 뜻, 갑인들 어찌 알겠는가

힘이 있다고
높은 자리에 앉았다고
함부로 휘두를 수 없다는 것

열무 단에 숨어 내 집에 찾아 들어온
달팽이 느린 걸음이
삶의 진리 일깨운다


- 1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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