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녀의 풀꽃일기 / 130616

 

 

하지(夏至) 감자라고들 하니 감자 캘 때가 다 되었다.

오늘 감자밭에 갔더니 감자 줄기가 누렇게 변하면서 옆으로 눕기 시작했다.

감자 캐는 시기와 장마가 겹쳐 늘 애를 먹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겹쳐져 마음이 바쁘다.

 

감자 농사의 좋은 점은 씨감자를 심고 3개월이면 수확을 할 수 있다는 것과

감자를 캐고 나서 콩이나 다른 작물을 심어 이모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작물에 비해 비교적 농사 짓기가 쉬워 귀농한지 4년차가 되지만

매년 감자 농사를 짓게 되었는데 해마다 풍년이 들어 수입도 쏠쏠했다.

올해도 감자 풍년이 들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감자 예약을 하신 고객님들이 기다릴 것만 같아 감자를 캐기 시작했다.

꽃샘추위와 봄가뭄이 심했지만 예년 수준은 되어 싱글벙글 하며 캤다.

 

감자를 캐다 보면 주렁주렁 달린 감자 중간에 씨감자의 허물만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씨감자는 잎이 나서 탄소동화작용을 왕성하게 하기 전에 자양분으로 쓰여 빈 껍질만 남는 것이다.

씨감자의 허물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한평생과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유독 나뿐 만은 아닐 것이다.

 

5월 말경이면 감자꽃이 핀다.

감자꽃이 피기 시작하면 조롱조롱 달린 감자알이 굵어지기 시작하면서

감자 이랑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라 마음을 뿌듯하게 한다.

감자꽃이 지고 나면 열매(꽈리)가 간혹 맺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열매를 맺지 못하고 떨어진다.

그래서 감자알을 굵게 하기 위해 꽃을 따주기도 하지만  바빠서 그냥 두는 농가들이 많다.

 

↓ 감자 농장 사진

 

 

 ↓ 연보라색 감자꽃

 

 

↓ 오늘 새벽부터 캐기 시작한 감자

 

 

 

↓ 4년 만에 감자꽃을 어머니로 생각하며 쓴 자작시입니다.

 

감자꽃

 

김필녀

 

 

모든 자양분 다 내주고

허물만 남아도

조롱조롱 매달린 자식들에게

더 줄 것 없을까

마지막 혼 살라

꽃으로 피어난 저 모성

험한 세상살이

바르게 살아가는 법 일러주며

당신 몸 삭아 없어지는 줄도 모른 채

뙤약볕 아래 웃고 섰다

꽃이었어도 꽃으로 살지 못한

어머니의 삶

노랑 저고리 연보라색 치마 단장하고

먼 길 떠나시려 채비하는

어머니도 여인이셨다.

 

- 130528

 

 

- 김필녀 시인 프로필 -

월간 문학세계 등단, 안동주부문학 회원, 안동문인협회 회원,

경북문인협회 회원, 문화체육관광부시행 이육사문학관 파견작가(2009년), 프리랜서 논술강사,

퇴직한 남편과 함께 귀농해서 마농사를 짓고 있음.

 

  

♬ Evergreen / Susan Jack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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