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마와 생강밭 / 130909

 

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에다는 많은 바람을 풀어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果實)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로도 고독하게 살면서

밤 새워,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러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면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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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의 싯구절처럼

곡식들은 하루가 다르게 낱알이 여물어가고

과일은 단맛을 저장하는 가을입니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 여름이었지만

무탈하게 자라고 있는 작물들을 둘러보면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 아직도 잎이 무성한 둥근마밭입니다. 

 

 

↑ 9월은 둥근마의 비대전성기이니 만큼 뿌리가 한창 굵어지고 있겠지요.

 

↑ 밭고랑 사이로 지나다니지 못할 정도로 줄기가 무성한 생강밭입니다.

 

↑  생강알도 지금 한창 굵어지고 있겠지요...^^

 

↑ 울타리 때문인지, 허수아비가 잘 지켜 그런지는 몰라도 고라니 피해도 없이 잘 크고 있는 생강밭입니다.

 

↑ 물봉선이 이뻐서 한컷 찍었어요...^^

 

↑ 이웃 농가 과수원의 사과가 너무 탐스러워 찍었습니다...^^

 

Richard Clayderman / A Comme Amour (가을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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