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걷다
김필녀
땡볕 쏟아지는 비탈진 밭
싱그럽게 펄럭이는 나무 그늘
오아시스처럼 반긴다
널찍한 이파리 아래 숨어 있던
오디 한 알 입에 물자
검자줏빛 실크자락 온몸을 감싼다
막잠 잔 누에, 뽕잎 갉아 먹는 소리
하얀 고치에서 명주 올 자아내던
어머니 물레 돌리던 모습 아른거린다
입술 새파랗도록 오디를 따먹던
솜털 송송하던 계집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인생 여정 돌고 돌아
반백이 되어도
신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변신하는
누에의 한살이처럼 살고파
유월 뽕나무 그늘 아래서
낙타를 타고 사막을 가로지르며
실크로드를 걷는다
- 1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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