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을 들여 놓다
김필녀
겹겹이 줄맞추어 쌓아 놓은
천 장의 연탄 활활 보시하는 동안
첫눈이 내리고 눈보라도 칠 것이다
이만 오천 개의 검은 눈동자들
하얀 재로 산화하는 동안
방구들도 은근하게 데워질 것이다
거무튀튀하고 보잘것없는 저 무연탄
제 몸 살라 춥고 어두운 세상 녹이는 동안
손바닥만 한 온기라도 나눌 수 있을까
살신성인으로 뿜어내는 독한 향기에
재채기 몇 번 하다보면
세상 욕심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으리
불편함으로 더 정겨운 세상살이
아침저녁으로 연탄집게 움직이는 동안은
신접살림 나던 새댁시절도 그리워지리니
- 14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