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플라타너스
김필녀
무성하던 옷을 벗은 채
알몸으로 눈보라를 맞고 서 있는
겨울 플라타너스는
온몸으로 말을 한다
삭정이가 될 새도 없이
무참하게 잘려나간 가지들
굳은살 박이듯 헤아릴 수 없는
울퉁불퉁한 옹이들
아픔을 모르고서
희망의 봄을 맞이할 수도
매운 계절을 견디지 못하고서
연둣빛 새잎을 틔울 수 없노라고
아득한 곳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향해 뿌리를 뻗어가며
윙윙대는 찬바람을 끌어안고 선
겨울나무 속삭임에 귀 기울인다
-1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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