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

 

김필녀

 

 

진달래꽃 필 무렵

분가루 같이 곱에 갈아 놓은 밭에

정성스레 씨앗 묻고

잡초 몇 번 뽑아준 것밖에 없는데

서동과 선화공주가 심어 가꾸던

마 덩굴이 삼복더위에도 꿋꿋하게

서로를 의지한 채 휘감아 올라

작은 정글을 이루었다

햇볕과 바람과 비

농부의 발자국 소리가 이루어낸

땀방울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귀가 순해지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나이가 되고 나니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시작을 하면

끝이 있기 마련인 것을

수십 번도 더 망설이다 덮어두었던

꼭 하고 싶었던 일들 꺼내

늦기 전에 시작해 볼 일이다

 

- 1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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