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


김남조(金南祚)



낙엽은 가을의 수기(手記)
저리 흔들며 이별을 고한다

안녕히,
당신이 떠나는 길머리에
나도 작은 손을 흔들어 주마

가을은
뜨거운 마음을 숨기고
헤어지는 계절
버려진 듯 서 있는 이정표 앞에서
아픈 이별을 견디는 때란다
사랑하는 이를
사랑함으로 하여
보내는 계절이란다

화평한 영혼은
신이 켜 주시는 성총의 등불
그 불빛 당신께 있으라
빌어주마

사랑하면 무엇이나 주고 싶어진다
평생 바치며 살고 싶어진다
당신은 이 마음을 알 수 있는가
나뉘는 일도 주는 거란다
더 섧게 더 많이 주는 거란다
당신은 이 마음을 알 수 있는가

작은 손을 흔들며
하얀 꽃이 피리만큼
웃음 지어 볼까

사랑은
멀리서도 가까이 사는
마음이라고 믿자.


-------------------------------------

김남조(金南祚) / 1927.9.26

경북 대구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문학과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교수(1955-93)
현재 명예교수, 예술원 회원

시집 <목숨>(수문관, 1953), <나아드의 향유>(남광문화사, 1955),
<나무와 바람>(정양사, 1958), <정념의 기>(정양사, 1960),
<풍림의 음악>(정양사, 1963), <김남조 시집>(상아출판사, 1967),
<설일>(문원사, 1971), <동행>(서문당, 1976),
<빛과 고요>(서문당, 1982), <김남조 시전집>(서문당, 1983),
<시로 쓴 김대건신부>(성바오루출판사, 1985),
<바람셰례>(문학세계사, 1988)
<아름다운 사람들>을 간행

한국시인협회상
서울시문화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3·1문화상등을 수상.

                




출처 : 碧波 藝術村
글쓴이 : viva 원글보기
메모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