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목련

 

김필녀

 

 

하이얀

옥양목 적삼 속

열아홉 순정 감추고

따사로운 햇살에

살짝살짝 한 겹씩 벗던

산골처녀

 

청순한 향기

안으로 삭이다가

바람이 속삭이는

사랑에 눈멀어

붉은 꽃 문 살며시 열고

하얗게 혼절昏絶하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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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문학관에 가면

 

김필녀

 

 

이육사문학관에 가면

제비꽃 진달래를 좋아하고

들꽃 같은 미소로 따뜻하게 손잡아 주는

단아한 여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육우당* 다실에서 차를 우려내고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 위해

손수 앞치마 두르고 잔치국수 말아내는

옥비여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육사선생님 유일한 핏줄로 남아

암흑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던

아버님 문학정신 기리기 위해

일흔에 가까운 나이도 잊은 채

가파른 윷판대*를 오르고 있습니다

 

오늘도 왕모산 칼선대*를 오르내리며

젊음을 불살라 독립 의지 불태우던

아버님 유지 어떻게 이을까 기도하며

하루를 일 년처럼 사는 여인이 있습니다.

   

 

* 육우당 : 이육사선생님의 여섯 형제가 나고 자란 집

* 윷판대 : 이육사선생님 시 '광야'의 무대

* 칼선대 : 이육사선생님 시 '절정'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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