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분다

 

김필녀

 

   

한낮은 아직 볕이 따가운데

낮게 비행하는 고추잠자리 어지럽다

길가에 줄지어 핀 코스모스

가녀린 몸 살랑대며 한껏 뽐내고

녹색을 자랑하던 초목도 성장을 멈춘 채

단단하게 속을 채워가고 있다

담 밑에 붉게 핀 봉숭아꽃 여물어

까만 씨앗 톡톡 터트리고

아침저녁 창문으로 스며드는 바람에

허전한 가슴 새우등처럼 구부리며

가슴앓이는 시작된다

계절이 소리 없이 순응하듯

한 계절을 보내고 맞는 아픔 속에서

가을은 이미 내 마음속에 들어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가부좌를 틀고

그리운 얼굴 하나 둘 불러 모은다.

 

090820

 

 

  

A Comme Amour(가을의 속삭임) / Richard Clayd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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