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는 알고 있을까
김필녀
노구를 지팡이에 의지한 채
운동장 한 바퀴를 힘겹게 돌던 할아버지
플라타너스 깊은 그늘에 앉아 숨을 몰아쉬며
눈길마다 추억이 서린 학교 말없이 둘러본다
땅따먹기 말뚝 박기 하며
티 없이 뛰어 놀던 어린 시절
넓은 잎으로 그늘막이 되어 주던 플라타너스
앞만 보며 숨 가쁘게 달려왔던 할아버지
지난한 세월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까
코흘리개 시절로 되돌아간 듯
한없이 넓게 느껴지는 운동장 숨 막히도록
다시 한 번 달려보고 싶은 것일까
걷다가 쉬고 또 다시 일어나 휘적거리며 걷는다
지나고 나면 모든 일들은 회한으로 남아
가슴 저리게 쓸쓸하지만
가는 세월 뒤로한 채 묵묵히 가야만 하는 인생길
겹겹이 포개어져 짙게 드리워진 그늘이
할아버지 모든 세월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090818
♬ 에버그린 / 수잔 잭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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