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리즘
김필녀
목이 타들어갈 즈음 때를 맞춰 내려야
비님으로 반가운데
알곡 여물어가는 선선한 9월
추적추적 그칠 줄 모르는 이 빗소리도
지난 여름 못다한 미련 내려놓지 못한 채
타성에 젖어 장맛비로 내리나보다.
밤도둑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 깊은 곳에 살며시 안주하며
시를 갉아 먹고 건망증에 걸린 사람마냥
기다림의 미학도 잊은 채 하루해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고 있다.
가슴 뛰며 아름다운 시어를 찾고
첫사랑에 목말라 여린 풀 한 포기
작은 들꽃 한 송이에도 감동하던 나는
빈 대궁 쭉정이로 남아 어디쯤에서
방황하며 헤메는 것일까.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고
가을하늘처럼 투명한 감성으로
사랑을 위해 사랑할 줄 아는 사랑을 찾아
서둘러 길을 나서야겠다.
100911 / 초고
♬ Passacaglia(낯선 재회) / 김동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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