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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빨래터

 

빨래를 널며

 

김필녀
 
 
겨우내 어두침침한 집안에서
맑은 햇살 몹시도 그리웠을 묵은 빨래
팔 걷어붙이고 세탁기에 돌려 탁탁 털어가며
볕 좋은 마당 빨랫줄에 길게 널어놓는다
하늘을 쳐다본다
한파에 움츠리고 매너리즘에 빠진 일상들
죄다 끄집어내어 빨래방망이로
힘껏 두들겨 봄볕 아래 가지런히 널어 말리면
옥양목 이불 홑청처럼 다시 펄럭일 수 있을까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계절
꽃샘추위에 다시 얼어붙을까 두려워
넓은 치마폭으로 꽃샘바람 감싸 안는다

 

110321


 

 

♬ 봄의 소리 왈츠 / 요한스트라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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