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거울

 

김필녀

 

 

장롱 속 깊숙이 간직했던

새파랗게 녹이 슨 청동거울

힘들 때마다 꺼내 얼굴도 비춰보고

마음도 들여다보라고 남기신

친정어머니 유품遺品

얽히고설킨 세상사,

데일 것 같이 뜨겁던 사랑도

부지런히 닦지 않으면 녹이 슬어

빛을 잃고 만다는 것을

나이 들수록 커다란 울림이 되어

가슴 깊이 파고든다

깨지면 산산조각 금이 가 흩어지는

세상의 흔한 거울이 아닌

닦을수록 빛을 내는 마음의 거울

어머니 가신 후에 길을 잃어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당신의 한없는 사랑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밤바다 거울 앞에 앉아 비춰보며

더덕더덕, 더께 진 녹을

닦고 또 닦아본다.

   

1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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