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한 그릇

 

김필녀

 

 

 

오일마다 서던 고향 장터에서

설설 끓여내는 국밥 한 그릇이면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행복했었다며

국밥집을 즐겨 찾으시던 당신

 

늦은 봄비, 대책 없이 추적이는 날이면

모락모락 김 오르는 장터국밥 앞에 놓고

굽이굽이 질박하던 당신의 인생 이야기

다시 듣고 싶습니다

 

쓰고 단, 세상 맛 다 본 장꾼들의

고달픈 삶 깨닫게 하려고

모진 말씀, 아픈 회초리로 담금질 하셨다는 것

당신이 떠나고서야 어렴풋이 깨달았지만

 

내 아직 철들지 못해

가마솥에 장작불 은근하게 피워 끓여낸

진국의 어우러진 그 맛을 모른 채

혀 끝, 길들여진 단맛에 익숙해 있습니다

 

뼛속까지 외로웠던 긴긴 세월 견디며

작은 것에도 늘 감사하던 당신의 삶,

언제쯤이면 흉내 낼 수 있으려는지

마냥 얼굴만 붉어집니다.

 

110522

 

 

 

♬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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