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손의 고뇌
김필녀
사랑방에서 들려오던
조부님 담뱃대 두드리는 소리
환청으로 들려
과거와 미래 넘나들며 방황하는
고독한 유토피언
일도 사랑도 서슬 퍼렇던
문중 예법에 발목 잡혀 살아온
회한의 세월 돌아보며
가슴 깊이 들이마셨던 담배연기
한숨처럼 내뿜는다
거역할 수 없었던 운명처럼
아배 할배 되어 보니
아들 손자로 이어지는 핏줄의 무게
다시 짓눌러
밤을 지새우는 날 늘어간다
느슨해진 선비 정신 가다듬어
비워둔 종가 향해 가부좌 틀고 앉아
유년시절부터 익혀온 대학 논어
사서삼경 되새기며
두꺼운 족보 펼쳐 문안 아뢴다.
- 130719
♬ Armando Manzanero - Adoro ♬
'김필녀의 삶과 문학 > 김필녀자작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동문화예술의전당 11월 열린초대전에 초대합니다. (0) | 2013.10.25 |
---|---|
참 스승 (0) | 2013.09.30 |
감자꽃 (0) | 2013.07.19 |
달팽이 (0) | 2013.06.12 |
비알밭 소묘 (0) | 2013.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