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김필녀

 

 

진화론을 거부하듯

반겨주는 이 없어도

 

갈래머리 시절

젖멍울 앓듯 근질거리며

좁은 턱관절 사이 비집고서

조심스레 자리 잡던 사랑니

 

세월 따라 닳고 시려

몇 달을 버팅기다

찰나에 발치를 당하고 나니

눈물이 핑 돈다

 

이제 더는 첫사랑 같은 사랑을

할 수 없는 것일까

 

거즈에 묻어나오는

첫 월경 같은 혈흔 머금고서

이순을 앞둔 내 나이를

곰곰이 되짚어본다

 

- 160131

 

 

 

♬ Paroles Paroles (달콤한 속삭임) / Dalida



 

 

 

 

 

'김필녀의 삶과 문학 > 김필녀자작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한기  (0) 2016.03.05
봄 마중  (0) 2016.03.04
진정한 장인匠人  (0) 2016.01.18
가을걷이  (0) 2016.01.02
겨울 해당화  (0) 2015.12.2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