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김필녀
진화론을 거부하듯
반겨주는 이 없어도
갈래머리 시절
젖멍울 앓듯 근질거리며
좁은 턱관절 사이 비집고서
조심스레 자리 잡던 사랑니
세월 따라 닳고 시려
몇 달을 버팅기다
찰나에 발치를 당하고 나니
눈물이 핑 돈다
이제 더는 첫사랑 같은 사랑을
할 수 없는 것일까
거즈에 묻어나오는
첫 월경 같은 혈흔 머금고서
이순을 앞둔 내 나이를
곰곰이 되짚어본다
- 160131
♬ Paroles Paroles (달콤한 속삭임) / Dali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