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언덕에서
김필녀
내 안에 이는
무수한 바람 잠재우러
길을 나섰다
멀고 먼 길 휘돌아
발길 머문 바람의 언덕
끝없는 수평선에도
쉴 새 없이 파도가 치고
절벽 위 굽은 소나무도
거센 바람 앞에 한 세월
아찔한 현기증을 견디며 산다
파도 끝,
하얀 물거품으로 스러진다 해도
바람이 일어야
살아있는 목숨이려니
한숨으로 토해냈던 세상사
다시 들이키며
돌아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 1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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