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삽
김필녀
사각사각
땅과 마찰음을 내며
한 삽, 또 한 삽 흙을 퍼 올려
정성껏 *북을 주는 만큼
감자꽃이 피고 곳간이 채워졌다
어설프던 손놀림
장인의 경지가 되는 사이
무쇠로 된 작은 삽은
반질반질 윤이 나도록
깎이고 닳았다
한쪽이 깎여 없어지는 만큼
어느 한쪽이 채워진다는 것
뾰족하던 끝이 움푹 깎인 채
묵묵히 제 갈길 걷고 있는
작은 꽃삽이
온몸으로 말한다
- 170530
*북주기/식물이 넘어지지 않고 잘 자라게 하기 위하여 뿌리나 밑줄기를 흙으로 두두룩하게 덮어 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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