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양대

 

김필녀

 

 

장맛비 잠시 그친 사이

심심하던 남편이 텃밭으로 나가

목청을 높인다

 

가뭄에 목이 타들어가다

마른 스펀지 물 흡수하듯이 흡입하며

살을 붙여 영글어 가던 양대

 

입맛 잃은 장마철

풋양대 밥이 먹고 싶었던 주인의 손에

무참하게 뽑혀 예주룩 누워있다

 

머쓱해진 모습 뒤로한 채

덜 여문 납작한 꼬투리를 골라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여문 포기만 골라 뽑아야지......”

 

강낭콩 여문 것도 모르는 농부를

진정한 농군이라 할 수 있을까

 

- 170708

 

* 예주룩 / 전부다의 경상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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