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지

 

김필녀

 

있어도 없는 듯이

무던하게 자리 지키던

오른손 무명지가 아프다

쉴 새 없이 돋아나는 잡초와 씨름하며

손가락을 너무 혹사했나보다

오른손이 아프면 왼손도 쓸 줄 아는

일머리가 필요한 농부의 삶

멋모르고 발을 담근 농사일이

해를 거듭해도 설기만하다

그냥저냥 편하게 살아도

여기저기 탈이 나는 나이

잘 달인 약물 찍어 온도를 맞추고

독을 가려내던 영험한 약손가락

나를 더욱 사랑하란다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내 안의

무수한 생채기들 다독이며

허한 내 심장 위에 손을 얹고

가을이 오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 170823 / 처서에

 

 

 

♬ A Comme Amour - Richard Clayd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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