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

 

김필녀

 

 

세상사 무덤덤해지면서

눈물도 메말라갔다

작은 기쁨에도

잇몸 활짝 들어내며 웃어 제키고

소소한 슬픔 앞에서도

펑펑 눈물 쏟아내던 시절이 그립다

소한小寒 칼바람 앞에서도

답답하던 속내 꿋꿋하게 참아내며

거꾸로 탑을 쌓아가는 고드름

높이 쌓은 탑도 언젠가는 쓰러지거늘

낮아지고 낮아져 땅속 깊이 스며들어

작은 풀씨 하나 잠 깨우는 일이

더 큰 수행이고 행복이란다

산다는 것은 견디는 일

울고 웃으며 속으로 다독이며 살다

한 줌 흙으로 돌아가 밑거름이 된다는 것

거꾸로 탑을 쌓아가는 고드름 앞에서

한 생을 조용히 되짚어본다

 

 

- 180115

 

 

 

♬ 소프라노 강혜정 / 고백하지 못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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