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에게

 

김필녀

 

 

꽃을 좋아하는 주인을 위해

목이 타들어가는 가뭄에도

있는 힘 다해

주렁주렁 꽃을 매달았다

 

꽃보다 영근 씨가 필요했던 주인은

한 송이만 남겨둔 채

옆가지마다 힘겹게 피운 꽃을

싹둑싹둑 잘라낸다

 

해바라기는 주인에게

주인은 해바라기에게 미안해

쳐다보지도 못한 채 돌아서서

애꿎은 장맛비만 탓한다

 

세상은 늘

엇박자로 돌아가면서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내일은

붉은 해를 다시 맞는다

- 17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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