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모를 만나다 가을 산에서 청설모를 만났다 도토리나무 아래서 눈동자를 고정한 채 버티고 서서 빤히 쳐다보는 모습에 나도 가던 길 멈추고 마주섰다 소름 끼치도록 혐오스런 눈빛으로 한참을 쏘아보더니 미끄러지듯 나무 위로 올라갔다 청설모는 나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주고 간 것이다 이제 그만 빼앗아 가라고 남은 열매는 제 것이라며 빼앗아 가는 것도 모자라서 망치로 두들기고 돌로 나무를 치며 겨울양식마저 탐내는 사람들에게 작고 힘 없는 야생동물을 대신해서 마지막 경고를 하고 간 것이다 071010 / 김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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