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노점상에서 김필녀 살을 파고드는 세찬 바람은 한낮인데도 매섭기만 하다 코트 깃 여미며 종종걸음 치는데 연탄화덕을 안고 추위에 떨고 있던 노점상 단골아주머니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다 무더기를 지어 놓은 푸성귀들이 새파래진 얼굴을 빼꼼이 내밀고 있다 파도 소리 가득 담고 있을 것 같은 알이 통통하게 밴 양미리 두 두름을 사서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한겨울 낮이 밤을 빨리 끌고 오는 이유를 노점상 아주머니의 벌겋게 얼어붙은 손과 얼굴을 보며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추운 겨울에는 주머니가 빈 사람일수록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빨라지는데 누가 더 행복한지는 알 턱이 없다 071214 /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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