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 따는 남자


김필녀

 

 

엉거주춤한 손놀림으로 난생처음

빨갛게 익은 앵두를 조심스레 따던 그 남자

가슴 설레는 첫 경험 주체할 길 없었는지

문자 한 통을 보내왔다

입안에 침이 고인다

마을 뒷산 늘어진 소나무 가지 위에

굵은 동아줄 그네가 매어지면

고향집 마당 앞에 서 있던 앵두도 익어갔다

아침저녁으로 앵두나무 밑을 서성이며

산골 계집애의 조그만 얼굴도 덩달아 행복했던

기억 저편의 그리움 밀물처럼 밀려온다

그 남자 지금쯤

앵두 같은 고운 입술의 첫사랑 생각하며

열아홉 추억 속을 헤매고 있을까

시인은 시를 써야 한다고

빨간 앵두와 씨름하고 있을까

초나흘 흐릿한 달빛 아래 시인은

가물거리는 기억 헤집으며

한 줄 시를 찾아 헤매고 있다

 

0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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