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 따는 남자
김필녀
엉거주춤한 손놀림으로 난생처음
빨갛게 익은 앵두를 조심스레 따던 그 남자
가슴 설레는 첫 경험 주체할 길 없었는지
문자 한 통을 보내왔다
입안에 침이 고인다
마을 뒷산 늘어진 소나무 가지 위에
굵은 동아줄 그네가 매어지면
고향집 마당 앞에 서 있던 앵두도 익어갔다
아침저녁으로 앵두나무 밑을 서성이며
산골 계집애의 조그만 얼굴도 덩달아 행복했던
기억 저편의 그리움 밀물처럼 밀려온다
그 남자 지금쯤
앵두 같은 고운 입술의 첫사랑 생각하며
열아홉 추억 속을 헤매고 있을까
시인은 시를 써야 한다고
빨간 앵두와 씨름하고 있을까
초나흘 흐릿한 달빛 아래 시인은
가물거리는 기억 헤집으며
한 줄 시를 찾아 헤매고 있다
080607
'김필녀의 삶과 문학 > 김필녀자작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능소화, 아름다운 이별 (0) | 2008.06.23 |
---|---|
그렇게 나는 너를 사랑하고 싶다 (0) | 2008.06.18 |
김필녀 프로필 (0) | 2008.06.04 |
그리움 (0) | 2008.06.02 |
직지사에서 (0) | 2008.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