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엉겅퀴*
김필녀
두 눈 질끈 감은 채
곤드레만드레 흔들리며 살아야
지난한 삶 견딜 수 있었으리
쓰러져 가는 오백년 왕조
두 눈 시퍼렇게 뜨고서는
차마 지켜볼 수 없어
정선 땅 깊은 산 속에 은거하며
모진 목숨 부지해야만 했던
고려 말 충신들의 곧은 절개
그렁그렁 눈에 밟히는 고향
아리아라리 눈물로 자아내다
고려엉겅퀴로 다시 환생해
푸르고 푸른 이 강산 골짜기마다
두 눈 부릅뜨고 선 채
올곧은 정신 지켜가고 있다
- 150722
* 고려엉겅퀴 / 우리나라 토종 식물인 곤드레나물의 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