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末伏)

 

김필녀

 

 

다가올 계절을 위해

일치감치 자리를 내어준 채

유유자적 하는 저 여유로움

 

늦게 피어 여물지 못한

홀쭉한 씨방 어루만지며

마지막 열정 불태우고 있는

늦여름의 짧은 꼬리

 

톡톡 볼록해진 씨방

사방으로 터지기 전에

 

뒤란 꽃밭에 겹겹이 피어 손짓하는

봉숭아 따다 곱게 찧어

두꺼워진 손톱마다 꽃물 들이며

 

염천지절 견디느라 잊고 살았던

내 안의 나를 찾아야겠다

 

- 150812 / 말복에

 

 

 

♬ 봉숭아 - 정태춘, 박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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