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
김필녀
매미 소리 자지러지는
중복과 말복 사이
가마솥 같은 무더위에 지친 삼라만상
혼미한 채 갈피를 잡지 못한다
절정일 때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군상 비웃기나 하듯이
내려오지 않을 것 같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폭염 속에
오지 않을 것 같은 서늘한 가을이 슬쩍
무임승차를 해 손을 잡는다
귓등을 스치는 한 줄기 소슬바람
뒤뜰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
뙤약볕 아래서도 여물어 가는 밤송이
어느새 가을은 우리 곁을 맴돌며
조근조근 속삭이고 있었다
- 180808
♬ A Comme Amour - Richard Clayderm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