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깃국
김필녀
입동 무렵
사자갈퀴 같이 무성하게 자란
시퍼런 무청 잘라내어
뒤안 빨랫줄에 척척 걸쳐놓고
바지랑대로 높이 받쳐 놓았다
매서운 겨울바람에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며
힘든 끈 부여잡고 몸부림치더니
푸르던 옷은 무채색으로 변하고
바스러질 것 같이 가뿐해졌다
함박눈 내리던 날
커다란 가마솥에 푹 삶아
날콩가루 묻혀 국을 끓이고
된장 넣어 조물조물
늦은 저녁상을 차린다
무슨 맛으로 먹을까 외면하던
구수한 고향 맛을 알기까지
육십년이 걸렸다
젊은 시절 아낌없이 다 내려놓고
거친 세파에 말라비틀어지다보면
거듭나 비상 할 수 있으리
- 19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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