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1996년>


▲ 일러스트=잠산
이 겨울에 사랑이 찾아온 연인들에게 이 시를 읽어보라고 권한다. 우선 어렵지가 않다. 쉽고, 리듬이 있어 흐르는 물처럼 출렁출렁한다.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눈이 쌓여 무게가 생기듯이 어느 순간 이 시는 우리들의 가슴께를 누르며 묵직하게 쌓이기 시작한다. 한 편의 시를 읽는 경험에도 '뜻밖의 폭설'은 내린다. 폭설이 내려 우리는 압도되어 이 시 안에 고립된다.

큰 고개를 넘으면서 느닷없는 폭설을 만나고 싶다는 말은 사실 좀 도발적이다. 우리는 그 불편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은 '못 잊을 사람하고' 폭설에 갇히고 싶다고 말한다. 폭설에 갇히는 것이 고립의 공포로 엄습해오더라도. 사실 사랑만이 실용적인 것을 모른다. 사랑은 당장의 불편을 모른다.

모든 사랑은 고립의 추억을 갖고 있다. 서랍 깊숙이 넣어둔 연애편지가 있거든 꺼내서 다시 읽어보라. 연애편지는 고립의 기억, 고립의 문장 아닌가. 둘만의 황홀한 고립. 그러니 사랑에게 고립은 고립이 아니다. 우리는 사랑을 지속시키는 한 기꺼이 고립을 선택할 것이다. 그것이 후일에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무너뜨리더라도. 그것이 모든 길을 끊어 놓더라도. 사랑은 은밀하고, 은밀해서 환하다.

문정희(61) 시인은 여고 시절부터 전국의 백일장을 휩쓸었다. 백일장 당선시들을 모아서 여고 3학년 때 첫 시집을 냈다. 타고난 재기를 미쁘게 본 미당 서정주 시인이 시집의 서문을 썼고, '꽃숨'이라는 시집 제목도 달아주었다. 그녀는 여성의 지위와 몸을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가두려는 것들을 거부하면서 한국시사에서 '여성'을 당당하게 발언해왔다. 그러면서 여성 특유의 감수성으로 사랑의 가치를 활달하고 솔직하게 표현해왔다. '한 사람이 떠났는데/ 서울이 텅 비었다'라는 그녀의 문장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랑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활동이다. 톨스토이가 말한 대로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있어보라. 사랑은 소멸하고 말 것이다." [문태준 시인]


 

안동문화 지킴이 소식지인 월간 '사람과 문화' 1월호에 실린 시평입니다.

 

 

<휴식 같은 시 한 수>

김필녀 - 물의 숙명

                                                        김윤한 / 시인

우리는 물방울로 만나

조그만 냇물로

하나이다가

벼랑과 돌 틈에서

부대끼며 서로 다투다가

마침내 강에 이르러

다정하게 한 몸으로 흐르다가

너는 더 큰 바다에 다다르고

나는 너의 바다에서

파도 끝 하얀 물거품으로 일어

끝내는 잊혀져야 하는

숙명의 물방울인 것을

                - 김필녀 ‘물의 숙명’ 전문


  물에 대한 시를 이야기하면 먼저 강은교의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기억으로는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리’로 시작되는 시이다.

  강은교의 시에서는 물은 세상을 부드럽게 하고 생기 있게 하는 긍정적인 촉매제로, 그리고 시에서 상대적인 개념을 가지는 ‘불’은 이와 반대의 개념으로 정리되고 있다.

  대개 물 하면 강은교의 시처럼 물의 일반적 성질인 응결과 화합을 이야기하거나 용비어천가에서처럼 ‘냇물이 바다가 되는’ 그런 순차적인 구조를 가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김필녀의 시 ‘물의 숙명’을 읽는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시를 주목하게 된 것은 마지막의 두 행이다. 이 시는 1~10행까지는 일반적으로 물에 대해 노래한 수순을 그대로 밟아나가고 있지만 마지막 3행에서는 일반적인 시들이 보여주는 물의 순차적인 성질에서 벗어나 자신이 거대한 바다에 견주어지는 아주 작은 물방울이라는 ‘자각’에 있다. 시를 천천히 읽어 내려가 보자.

우리는 물방울로 만나 / 조그만 냇물로 / 하나이다가

- 1~3행

이 부분은 물방울이 냇물을 만나 서로 섞이고 화합하는 일차적인 성질을 나타내고 있다. 기존의 물에 대한 노래의 근본적인 시각과 변별성이 없는,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는 평범한 비유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시를 자세히 따라가 보면 사람이 살아가는 역정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아마 이 부분은 인생으로 따지자면 유년기의 성질을 나타내고 있다 하겠다. 조그만 개울이 그렇고 조그만 물방울들이 하나로 모이는 과정이 그렇다.

벼랑과 돌 틈에서 / 부대끼며 서로 다투다가

- 4~5행

  앞서 살펴본 부분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자면 이 부분은 소년기에 해당한다. ‘벼랑과 돌 틈에서 / 부대끼며 서로 다투는’모습에서 이 사실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앞에서 본 물의 응집성을 넘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부딪치며 흐르는 물의 동적인 측면을 나타내고 있다.

마침내 강에 이르러 / 다정하게 한 몸으로 흐르다가

- 6~7행

  이 부분은 앞서 물이 모여서, ‘부대끼며’ 낮은 곳으로 흘러, ‘마침내 강’으로 점진적으로 확산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앞선 부분에서 부대낌을 보여주었다면 이 부분은 확산과 ‘다정하게 한 몸으로 흐르’는 합일의 과정이다.  인생의 역정으로 보자면 청년기에 해당한다.

  여기까지 살펴 본 바 형식상의 한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 우리가 시에서 자주 보아오는 각운의 형식이다. 각운은 두운과 달이 문장의 끝부분의 반복을 이야기하는 것으로서 여기서는 ‘~다가’가 해당된다.

  ‘~다가’의 반복은 3연에서는 ‘하나이다가’로 5연에서는 ‘다투다가’, 7연에서는 ‘흐르다가’로 각각 나타나는데 이 각운으로 말미암아 1~3행과 4~5행, 6~7행이 각각 독립된 의미소로 나머지 부분에 작용하게 됨을 암시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다.

너는 더 큰 바다에 다다르고 / 나는 너의 바다에서 

- 8~10행

  이 부분은 앞서의 물이 ‘강’에서 다시 ‘더 큰 바다’로 확산되어 나간다. 그리고 그 확산은 여기에서 정점을 맞는다. 정점이라 함은 더 이상 상승이나 확산이 이루어지지 않는 마지막 부분에 해당한다. 이 부분을 보면 다음 부분에서 무언가 결론적인 이야기를 할 것임을 암시해주는 듯하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앞서의 연장선상에서 보자면 이 부분은 인생으로 보자면 노년기에 해당한다. 조그맣게 합치는 과정(1~2행)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부대끼는 과정(4~5행), ‘강’으로 확산되는 과정((6~7행)을 넘어 마침내 인생의 마지막 단계인 ‘바다’에 이르게 된다.

  여기까지 자세히 살펴보면 인생의 역정처럼 시가 표현하는 세계도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와 대비되어 물방을→흐르는 물→강물→바닷물로 점진적으로 확산되어 나가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장치는 별 것 아닌 듯 무심히 지나칠 수 있지만 이 시 전체를 자세히 뜯어볼 때 결코 소홀히 넘겨버릴 부분이 아니다. 예를 들어 풍선으로 치자면 처음에는 조그맣게 부풀어 올랐다가 점진적으로 더 커져서 마침내 이 부분에서는 풍선이 급속히 팽창하여 곧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을 내포하고 있다.

  다시 비유하자면 ‘강냉이 튀밥’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듣기로 강냉이 튀밥은 기계 안에서 서서히 온도가 높아지면 강냉이들이 한껏 터질 듯 열기에 달아 있다가 기계 뚜껑을 여는 순간 굉장한 폭발음과 함께 희고 탐스러운 튀밥으로 마침내 탄생하게 된다.

  여기까지 시를 긴장감 있게 읽은 분들이라면 마침내 다음 단계에서 강냉이가 공기와 접촉하면서 튀밥으로 터져 나오듯 결론적인 무언가가 나올 것이라 미리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이 시의 기계적 장치이다.

파도 끝 하얀 물거품으로 일어 / 끝내는 잊혀져야 하는 / 숙명의 물방울인 것을

- 10~마지막 행

  앞서 기대하시라고 예고한 바와 같이 이 시의 정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시 세계의 넓이가 앞부분부터 점진적으로 확산되어 물→바다로 이어지는 시라면 그것은 이 지면에서 논할 가치도 없지만 이 부분 때문에 시의 가치가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다.

  강냉이 튀밥 기계의 뚜껑이 열림으로써 비로소 튀밥이 탄생하듯 물은 마침내 ‘파도 끝’에서 ‘하얀 물거품으로’ 부서지면서 결국은 자성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는 앞서의 시 세계의 확산 구조를 뒤엎고 자신이 작은 물방울에서 시작해 거대한 강물처럼 바다처럼 흔들리며 휩쓸려 살아왔지만 포말에 부서지면서 결국은 작은 ‘물방울’ 하나 그 자체라는 ‘숙명’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물방울’의 존재마저도 ‘끝내는 잊혀져야 하는’…….

  이 시는 물이라는 개체를 빌어 우리가 살아가고 또 마침내 세상에서 잊혀져야 하는 숙명을 정교한 시적 장치를 활용해 보여주고 있다. 흔히 ‘시는 인생’이라고 하는 것처럼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본 시인의 체험이 바로 이와 같은 자기 성찰의 시를 있게 한 것이 아닌가 한다.

  김필녀 시인은 봉화에서 났다. 현재 안동에 거주하고 있으며 2005년 1월 월간 문학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주부문학회, 샘문학동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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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마음의 보석상자 / 해바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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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년 새해를 맞이하여 소원성취하시는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 무자년(戊子年) 새해를 일주일여 앞둔 23일 새벽
관광객들이 강원 강릉시 정동진에 몰려 새해 소망을 기원하며 일출을 맞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해돋이 명소



 원문출처 : 새해 첫 일출, 독도에서 7시26분20초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ywlee@chosun.com
입력 : 2007.12.28 00:35 / 수정 : 2007.12.28 03:47
  • 새해 첫 일출(日出)은 독도에서 7시26분20초에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천문연구원은 27일 내년 1월 1일 주요 지역의 해 뜨는 시각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은 독도이며, 육지에서는 울산 간절곶(7시31분18초)이라고 밝혔다. 이번 자료는 해수면을 기준으로 한 계산이어서 같은 지역이라도 산처럼 높은 곳에 올라가면 이보다 빨리 일출을 볼 수 있다. 일출은 태양의 맨 윗부분이 수평선(또는 지평선)에 나타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며 일몰은 태양의 맨 윗부분이 수평선 밑으로 막 내려갔을 때를 말한다.

    천문연은 오는 31일 올해 마지막 지는 해를 가장 늦게까지 볼 수 있는 곳은 전남 신안군 소흑산도(17시 39분 51초)이며 육지에서는 전남 진도군의 심동리 (17시 34분 57초)라고 밝혔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해가 뜨고 지는 시각은 한국천문연구원 ‘일출일몰시각계산’ 웹사이트(http://kasi.re.kr/knowledge/solun_riset.aspx)에서 직접 알아볼 수 있다.




묵은 해를 넘기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시간,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맞는 새해는 벅찬 감격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의미 깊은 새해 첫 일출인만큼 어디든 인파로 붐비겠지만,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일출을 바라보며 한 해의 다짐을 새겨놓는다면 새해의 초심을 잊어갈때 즈음 다시금 마음을 굳게 먹도록 하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 천하 제일 해돋이 여수 향일암
해돋이의 명소 향일암은 "천하 제일의 해돋이를 볼수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수시와 사장교로 연결된 돌산도는 8개의 산이 인상적인 곳으로 동양의 나포리항이라고 할 수 있는 돌산대교 개통후 해안을 따라 섬전체를 관광할 수 있는 순환도로가 생겨 요즘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향일암은 돌산섬의 끝인 임포에서 약 10분거리, 돌산도에 솟아있는 금오산의 정상에 위치한 향일암은 대웅전과 관음전등 모두 6동의 작지않은 사찰이다. 향일암에 오르는 길은 큰바위들 사이에 자연적으로 생긴 길이라서 마치 동굴속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수 있다. 어둠속에서 찬란한 해가 떠오르면 서서히 절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에는 동백숲과 바위병풍이 에워싸고 있어 겨울에도 화려함을 잃지 않는다.
▶ 찾아가는 길 : 여수 -> 돌산대교 -> 17번 국도 -> (16km) -> 죽포 -> 7번 군도 -> (9km) -> 임포(돌산대교에서 26Km 정도)
◆ 포항 호미곶에서 맞이하는 새해 첫 햇살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다. 거친 파도 너머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이 희미해질 무렵, 수평선을 발갛게 물들이며 해돋이가 시작된다. 호미곶의 겨울은 눈, 비가 적어 깨끗한 해돋이를 볼 수 있다. 등대박물관 앞 해안에 자리잡은 ‘상생의 손’ 조형물이 유명한 일출 포인트지만, 새해 해맞이 때는 사람들이 많아 번잡하기 이를 데 없다. 복잡한 인파를 피하고 싶은 여행객은 포구 방파제 등대나 동네 뒤편 소나무 언덕이 더 나을 수도 있다.
▶ 찾아가는 길 :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영천 또는 경주에서 포항으로 들어간다. 포항시내에서 31번 국도와 912번 해안도로를 달리면 호미곶에 갈 수 있다.
◆ 호국 정신과 함께하는 문무대왕릉 해돋이
이 곳은 문무대왕릉이 죽어서도 용이 되어 동해바다를 지키겠다던 유언에 따라 문무왕을 수장한 세계 유일의 수중 왕릉으로, 숭고한 호국 정신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바다 한 가운데의 수중릉 위로 붉게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에서 문무왕의 숭고한 정신이 언제나 살아있는 듯하다. 일출을 보고 있노라면, 푸른 바다와 붉은 해의 정열적인 조화가 가슴깊이 새겨지며 새로운 다짐을 하게 한다. 물든 파도의 일렁이는 모습에 마음속 일상의 근심이 하나 둘 사라져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다.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일출의 모습은 장관이다.
▶ 찾아가는 길 : 경주 양북면 용당리에 있다. 양북면 소재지인 어일리에서 929번 지방도를 따라 양남 쪽으로 7km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해 대종천 다리를 건너면 봉길리 해수욕장이 왼쪽으로 보이는데, 문무대왕릉은 그 앞바다에 있다.
◆ 서해에서 맞이하는 해돋이 서천 마량포
일출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해를 먼저 떠올리지만 충남 서천군 서면의 마량포구는 땅끝과 바다가 맞닿는 서해안 해돋이의 명소로 일몰과 일출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국내유일의 서해 땅끝 마을이다. 한해의 묵은 먼지를 일몰속에 털어버리고 찬란하게 솟아오르는 일출을 보면서 새해 희망을 확인하기에 안성 맞춤인 곳이다. "해가 서쪽에서 뜨는"곳 마량포구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것은 지구의 공전과 자전현상에 의해 나타난다. 양쪽에 바다를 품고 있어 같은 자리에서 고개만 돌리면 뜨는 아침해와 지는 저녁놀을 볼 수 있어 자연의 신비함에 대한 감동과 즐거움을 한층 더해 준다.
▶ 찾아가는 길 : 서울(경부고속도로 1번고속도) → 대전(회덕IC:호남고속 도로 3번고속도) → 논산( 국도 68번) → 강경(지방도613번) → 서천 → 서면(마량포구)
◆ 고성 동해의 일출은 감동적이다.
전국의 유명한 일출 명소가 많지만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최북단지역 고성군 화진포에서 맞이하면 어떨까. 화진포는 일출은 물론 겨울 호숫가의 정취를 한 껏 누릴 수 있는 일출 여행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북 화해를 맞이하는 통일의 시대에 최북단 고성군 화진포에서 맞이하는 새해 일출은 다른 어느곳보다 뜻 깊은 일출이 될 것이다.
▶ 찾아가는 길 : 서울 -> 양평 -> 홍천 -> 인제 -> 한계령 -> 백담사휴게소 -> 진부령정상 -> 고성, 부산 -> 포항 -> 강릉 -> 속초 -> 고성





해바라기- 사랑으로

 ′물의 노래′부르는 문학동인회 샘문학(글/백소애-편집기자)

― MENU ―


샤를르 보들레르 800원
칼 샌드버그     800원
프란츠 카프카   800원


이브 본느프와   1,000원
에리카 종       1,000원


가스통 바슐라르 1,200원
이하브 핫산     1,200원
제레미 리프킨   1,200원
위르겐 하버마스 1,200원


시를 공부하겠다는
미친 제자와 앉아
커피를 마신다
제일 값싼
프란츠 카프카
 
                 -오규원 <프란츠 카프카>


12월의 어느 날 오후, 이날은 알싸한 계피차를 나르는 여인들로 문화원이 무척 분주했다. 안동문화원 문예창작반 출신들이 모여 만든 문학동인회 샘문학의 창간호 ‘물의 노래’가 나온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안동문화원 풍경은, 시를 공부하겠다는 미친 제자들의 동인지 발간을 축하해주러 나온 문예창작반 지도강사 조영일 시인과 갑자기 내린 눈으로 첫차를 놓치고도 일찌감치 시내에 와서 며느리를 축하해주러 나온 시아버지가 있어 더 특별했다.


샘문학은 회장 김경숙씨를 비롯 13명의 회원이 올 4월에 동인을 결성하고 활발히 활동 중이다. 창간호 ‘물의 노래’와 다음카페(http://cafe.daum.net/nanudang)에 있는 45도 각도의 사진을 보더라도 이들이 주부임을 단박에 알아맞힐 것이다. 30대에서 50대까지의 주부들로 구성된 샘문학은 함께 모여 문학 창작에의 열정으로 공부를 하고, 비판과 격려를 통해 창작열을 끌어올리자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다.


회장 김경숙씨의 말처럼 샘문학이라 이름 지은 이유는 충분히 미루어 짐작이 가능했다.
“샘은 막히지 않고 끝없이 끝없이 흘러나오잖아요. 우리의 소박한 문학에 대한 열정이 샘처럼 흐르고 흘러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창간호 제목도 여러 가지를 생각했는데 샘문학에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구심점 역할을 해주시는 조영일 선생님이 지으신 물의 노래가 가장 가슴에 와 닿아서 그렇게 결정했어요.”


샘문학은 매주 한 번씩 문화원에서 만남을  갖고 월에 한번 월례회도 갖는다. 주로 회원들의 창작품을 발표하고 품평하는 자리가 되는데, 친분이 두터운 만큼 냉정한 비판이 오간다.
“평소 아무리 친해도 작품에 관해서 만큼은 신랄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줘요.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그만큼 애정이 많은 거라며 웃곤 해요.”
주부들이다보니 소재가 ‘생활’에 치중되는 한계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그걸 굳이 한계라 여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문학기행이나 시낭송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어요. 문학과 삶이 일치되는 걸 추구하지 소재의 남다름을 추구하고 싶지는 않아요.”
‘시’를 위한 시를 쓰지 않고 ‘글’을 위한 글을 쓰지 않겠다는 김경숙 회장의 다부진 대답이 퍽 인상 깊었다.


문학 활동의 성과를 결과물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결성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샘문학 동인들의 활동이 눈에 띄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얼마 전 지훈 백일장에서 문영숙 회원이 장원을, 7월 육사백일장에서도 박애자 회원 등 5명이 입상했다. 문학동인회인 만큼 필력을 위한 그들의 노력과 열정은 아줌마들의 근성만큼이나 다부져보였다.
지금은 문청들의 가슴을 아련하게 만드는 신춘문예의 계절이다. 문예지로 등단한 사람이 회장 김경숙씨와 안동지 필자로 있는 김필녀씨 두 사람이다. 대부분 등단의 꿈을 갖고 있지만 목적을 두고 있진 않다. 하지만 등단 이전과 비교해 마음가짐이 아무래도 다를 것이다.
“무거운 짐 하나 진 것 같아요. 문학을 대하는 자세도 더 진지해졌고요.”
창간호 준비에 들어간 모든 경비를 회원들이 갹출해 내다보니 금전적인 부담이 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이 지속되었으면 좋겠고 그러한 활동을 위한 후원 또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문학지 발간을 처음 준비하는 회원이 11명이라서 많이들 설�다고 한다. 창간호를 700부 발간했고 팔리건 팔리지 않건 매품으로 서점에 진열해 놓을 작정이다. 이렇게 하면 글쓰기에 좀더 전진할 계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지금 계획으로는 1년에 한 번씩 동인지를 내는 것이 목표이고 끊임없는 글쓰기에 도전할 것이다.


원고지 혹은 모니터 앞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보고 홀로 싸워야하는 작업인 만큼 서로의 작품에 대한 격려와 가감 없는 비판이 필요하고 그러기에 동인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앞으로 지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학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또 그런 문학동인회로 거듭 나고 싶다는 샘문학 동인들. 그들은 주위를 정화시킬 수 있는 샘물 같은 문학, 거기에 일치되는 샘물 같은 삶을 살고 싶다.



"며늘애가 고생해서 중한 책을 냈다는데 내 나와 봐야지요." 평소 잘 안

하는 넥타이로 멋을 낸 시아버지 김상진씨(75)의 축하를 받아 기쁨이 두

배인 이강순씨. 시아버지는 행여 늦을세라 일찌감치 길안에서 나와 화

사한 꽃다발을 건넸다.


아직 채비하지 못한 잎들을 두고 나무가 우는(문영숙-입동) 계절에, 살아가는 일 바람 같아서 때로는 삶의 모서리에 마음 다칠 때도 있지만(김필녀-가을에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살아온 날을 흔드는 영혼의 울림 온 몸을 태워 전한다.(김경숙-가을편지)
부끄러움의 거리를 고민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까만 발가숭이마냥 맑고(안효경-맑은소리) 술을 마시고도 뒷길로 돌아가는 사람은 슬픔에 취한 사람이다.(김연자-슬픔...그 흔한 것)
가슴에 품어온 못 다한 말 옆에 끼고(신현순-절규) 아직 갚을 것이 많은데 백년같은 시간이 흘러(이강순-아버지) 바람결 흔들리는 잎새위로 수많은 이야기들을 낳는다(진미영-인연) 오늘을 기다려온 간밤 무게들이(김연희-아침) 사랑하는 이들과 희망을 향해 힘차게 걸었다.(김정미-길)
무심히 보았던 눈물의 의미를 세월이 지나 알게 되고(박애자-눈물) 인생은 한낮 꿈같이 지나가버리는 짧은 여정이라지만(노외순-나누는 삶) 달도 잠든 캄캄한 밤하늘, 달맞이꽃은 속절없이 꽃잎을 활짝 폈다.(강영옥-병실에서)


샘문학 동인들이 가슴 시린 이들을 따뜻이 보듬어 줄 수 있는, ‘샘’처럼 마르지 않는 가슴으로 세상을 노래할 수 있는 글을 꾸준히 썼으면 좋겠다. 더불어 샘문학이 꾸준한 활동으로 그 생명력이 오래가길 바란다. 그들의 건필을 빈다. <안동>

통권113호 - 안동의 동호인 모임 


엇박자 김필녀 늘 엇박자로만 가는 사랑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을까 동짓날 긴긴밤에 일찍 잠을 청해본다 눈 감으면 떠오르던 그리운 모습 간데없고 밤이 깊어갈수록 정신은 더 또렷해진다 창을 흔드는 바람소리는 빈 가슴 더 외롭게 하고 기나긴 밤 꿈속 사랑마저 엇박자로 끝이 난다 삶이 늘 그러하듯이... 071222 / 동짓날 긴긴밤에

성탄절 풍경


김필녀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절이 다가왔다. 성탄절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지만, 그래도 70년대를 청춘의 피 끓던 시절로 살았던 사람들이 보냈던 성탄절이 더 낭만적이고 추억에 남는 일들이 더 많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교회에 다니지 않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던 나로서는 성탄절에 얽힌 추억들이 참 많다. 통금이 있었던 시대였던 만큼 일 년에 한 번, 성탄절 전야는 통금이 해제되었으니 어떤 젊은이가 곱다시 집안에 있었겠는가. 나 역시 중, 고등학교 시절 12월이면 성탄절 행사를 준비한다는 핑계로 학교를 마치면 교회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성가연습도 하고 연극연습도 하면서 성탄절을 손꼽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했던 첫사랑을 혼자서 가슴 졸이며 몰래 지켜볼 수 있었으니 어찌 그 시절 성탄절을 잊을 수가 있겠는가.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그 시절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는 성탄전야에 교인들이 사는 집을 돌아다니면서 집 앞에서 새벽송을 불러주었다. 새벽송이 끝나면 단팥죽을 준비했다가 대접하는 가정도 있었고, 따끈한 오뎅 국물이나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해 놓고 대접하는 가정도 많았다. 그리고 새벽송을 하는 학생들과 청년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파티를 하라며 과일이며 과자 등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해서 한 보따리씩 싸서 주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었다. 힘센 청년부 오빠들이 미리 커다란 자루를 준비했다가 그 음식들을 자루에 담아서 메고 다니기도 했다. 살을 파고 드는 한겨울 새벽이었지만 추운 줄도 모르고 마냥 즐겁고 행복한 성탄전야였던 기억이 난다. 누구에게나 다 행복한 성탄전야였겠지만 나에게는 좋아하던 첫사랑의 등 뒤를 가슴 설레며 마냥 따라 다녔으니 더욱더 행복했으리라 생각해본다. 다시는 그런 아름다운 시절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짠하지만,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내 아들 딸이 그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가슴이 뿌듯하기도 하다.

 

  성탄전야인 어제는 내가 먼저 집을 떠나 직장을 다니고 있는 딸내미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아들한테 일치감치 성탄절 축하메시지를 보내면서 딸내미 남자 친구와 아들내미 여자 친구한테도 메시지를 곁들여서 보냈다. 오늘은 큰댁 질부들한테도 선물이 아닌 성탄축하 메시지를 한 통씩 보냈다. 고마워하는 답장이 줄줄이 왔다. ‘먼저 받기를 바라지 말고 먼저 주면 되돌아온다.’라는 작은 실천이 혼자 조용하게 보내고 있는 성탄절을 기분 좋은 날로 만들어 준 셈이었다.

  며칠 전부터 이번 성탄절에는 생크림 케이크가 먹고 싶다고 남편한테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어제 성탄전야도 잊어버렸다며 빈손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점심 약속이 있다며 혼자서 싱글벙글 하면서 나갔으니 집에 돌아올 때는 꼭 사 들고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몇 년 전에 조기 명퇴를 해서 자기와의 싸움을 하면서 참 힘들어 하던 남편이 요즘에는 사무실 비용을 아낀다면서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열심히 자기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얼굴에 생기가 돈다. 언젠가는 퇴직을 하는 모든 남편들이 겪어야 하는 과정인데 ‘매도 먼저 맞는 사람이 낫다.’고 이제는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늘 곁에서 지켜보면서 술친구도 되어 주고, 말동무도 되어 주면서 내가 좋아하던 테니스를 과감하게 접기도 했다. 그 대신에 남편과 함께 산에도 같이 다니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날들이 있었던만큼 지금의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나름대로 잘 극복해 나간 것 같아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고 한다. 남편도 아이들도 다 잘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한해를 조용히 마무리 짓고 싶다. 나 또한 방학이 시작되면서부터 학원에서 방학특강이 시작되어 더 바쁠 것 같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여태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 내가 살아갈 삶의 방향도 한결같이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부족한 가운데 열심히 시를 쓰면서 살고 싶다. 연말에 문인단체에서 받은 책들이 여러 권 쌓여 있다. 성탄절 오후는 그 책들을 읽으면서 보내야겠다. 남편이 사올 생크림 케이크를 기다리면서......,

 

071225 / 성탄절에...^^

 

 

        
        겨울에는 승부로 가자
        碧波 金哲鎭
        겨울에는 승부로 가자
        사랑하는 사람아
        추억 속의 첫사랑은 잊어버리자
        시방 가슴 뜨거운 사랑만으로
        눈꽃열차를 타고
        원주 제천 단양 영주 봉화를 지나
        하얀 눈에 덮인 간이역 승부로 가자
        바래미 낡은 기와지붕의 눈을 보면서
        화롯불에 알밤으로 익던 할매의 얘기
        구수한 냄새로 기억해도 좋다
        차창을 스치는 설송의 눈꽃을 보며
        우리의 하얀 사랑을 이야기해도 좋다
        식당칸에 나란히 앉아 아무 말없이
        뜨거운 한 잔의 커피 향을 마셔도
        우리는 행복한 한 쌍의 연인
        동화 속 꿈꾸는 산노루 되어 우리
        눈빛 마주 웃으며 저 눈산을 달리자 
        사랑하는 사람아
        겨울에는 승부로 가자
        * 승부역 : 경북 봉화에 위치한 환상선 눈꽃열차가 머무는 간이역
♬ Let It Be / Beatles ♬


      겨울 노점상에서 김필녀 살을 파고드는 세찬 바람은 한낮인데도 매섭기만 하다 코트 깃 여미며 종종걸음 치는데 연탄화덕을 안고 추위에 떨고 있던 노점상 단골아주머니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다 무더기를 지어 놓은 푸성귀들이 새파래진 얼굴을 빼꼼이 내밀고 있다 파도 소리 가득 담고 있을 것 같은 알이 통통하게 밴 양미리 두 두름을 사서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한겨울 낮이 밤을 빨리 끌고 오는 이유를 노점상 아주머니의 벌겋게 얼어붙은 손과 얼굴을 보며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추운 겨울에는 주머니가 빈 사람일수록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빨라지는데 누가 더 행복한지는 알 턱이 없다 071214 /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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