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再會) 김필녀 내 기다림 자욱한 안개 속에 막막하여도 그대 오실 길은 걷어놓으리 연꽃 아름다운 그 공원 벤치에서의 우리 추억 물밑으로 잠들어 홀로 지키는 추억 고요하여도 가슴 한구석 바삐 그대 맞을 채비 중이니 이 기다림 아득한 꿈속처럼 기약 없어도 그대 만날 길은 열어놓으리 가슴속 갈피에 숨겨 두었던 희미한 옛추억 홀로 더듬으며 그리워도 그립다 말 못하고 내 마음만 고이 열어놓으리 그대와의 가슴 벅찬 재회(再會)를 기다리며 070524 / 초고
♬ Je Vais Seul Sur la Route (나홀로 길을 걷네) - Svetla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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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영교에서 사랑한다면 호수처럼 모든 것 가슴깊이 품을 줄 아는 맑고 깊은 사랑을 하고 싶다 노란 개나리 연분홍 산벚꽃 흐드러지게 피는 봄날에는 뜨거운 가슴으로 사랑을 하고 어스름 저녁 외로운 산 그림자 눈물 흘리며 내려와 안길 때는 넓은 가슴으로 외로움 달래 주는 그런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다 하늘 높이 날던 구름도 외로워서 잠시 호수에 내려와 쉬고 싶듯이 사는 일 외롭고 힘들 때는 은빛으로 출렁이는 호숫가에 앉아 행복했던 날들을 기억하고 싶다 꽃 피는 봄날이나 낙엽 질 때도 눈 내리는 겨울이나 비가 올 때도 월영교 난간에 기대서서 호수 속에 잠긴 풍경 바라보며 아름답던 첫사랑도 추억하고 싶다 070409 / 김필녀
♬ 낯선 재회(Passacalia) - 김동규
출처 : 독서논술지도사 김필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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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기도 설워라커든...
"별일이로군" 나는 무슨 사연인지 궁금했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면 어김없이 우리 만두 가게에 나타나는 거야. 대개는 할아버지가 먼저 와서 기다리지만 비가 온다거나 눈이 온다거나 날씨가 궂은 날이면 할머니가 먼저 와서 구석자리에 앉아 출입문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할아버지를 기다리곤 해. 두 노인은 별말 없이 서로를 마주 보다가 생각난 듯 상대방에게 황급히 만두를 권하다가 눈이 마주치면 슬픈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눈물이 고이기도 하고 말이야. "대체 저 두 분은 어떤 사이일까?" 나는 만두를 빚고 있는 아내에게 속삭였어. "글쎄요." "부부 아닐까?" "부부가 뭐 때문에 변두리 만두 가게에서 몰래 만나요?" "허긴 부부라면 저렇게 애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진 않겠지." "무슨 뜻이에요?" "안방 장롱처럼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는 게 아내고 남편인데 뭐가 애틋할 게 있겠어? 그저 내 남편이구나 하며 사는 거지." "뭐예요? 그럼 사랑으로 사는 게 아니라 타성으로 산단 말예요?" 아내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나는 '아차'했어. 아내의 기분을 거슬러 봐야 내게 득 될 것이 없다는 걸 일찍이 터득한 나는 재빨리 말을 돌렸어.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거지. 내 가슴은 당신을 향한 사랑으로 늘 섭씨 구십구 도로 끓고 있다구." 아내는 눈을 흘겼지만 싫지 않은 기색이었어. "저 두 분은 어떤 사이일까?" 나는 다시 할아버지와 할머니한테로 시선을 돌렸어. "혹시 첫사랑이 아닐까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서로 열렬히 사랑했는데 주위의 반대에 부딪혀 본의 아니게 헤어졌다. 그런데 몇십 년만에 우연히 만났다. 서로에게 가는 마음은 옛날 그대로인데 서로 가정이 있으니 어쩌겠는가…." "그래서 이런 식으로 재회를 한단 말이지? 아주 소설을 써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아내의 상상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따뜻한 눈빛이 두 노인이 아주 특별한 관계라는 걸 말했거든. "근데, 저 할머니 어디 편찮으신 거 아니에요? 안색이 지난번보다 아주 못하신데요." 아내 역시 두 노인한테 쏠리는 관심이 어쩔 수 없는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어. 그러고 보니까 오늘따라 할머니는 눈물을 자주 찍어내며 어깨를 들먹거렸어. 두 노인은 만두를 그대로 놓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어. 할아버지는 돈을 지불하고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안고 나갔어. 나는 두 노인이 거리 모퉁이를 돌아갈 때까지 시선을 뗄 수 없었어. 곧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걷는 할머니를 어미 닭이 병아리 감싸듯 그렇게 감싸안고 가는 할아버지. 두 노인의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대체 어떤 관계일까? 아내 말대로 첫사랑일까? 사람은 늙어도 사랑은 늙지 않는 법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어머? 비가 오네. 여보, 빨리 솥뚜껑 닫아요." 그러나 나는 솥뚜껑 닫을 생각보다는 두 노인의 걱정이 앞섰어. "우산도 없을 텐데…." 다음 주 수요일에 오면 내가 먼저 말을 붙여볼 생각이었어. 그런데 다음주도 그 다음주도 우리 만두 집에 나타나지 않는 거야. 처음엔 몹시 궁금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두 노인에 대한 생각이 묵은 사진첩에 낡은 사진처럼 빛바래기 시작했어. 그게 사람인가봐. 자기와 관계없는 일은 금방 잊게 마련인 거. 그런데 두 달이 지난 어느 수요일 날, 정확히 세 시에 할아버지가 나타난 거야. 좀 마르고 초췌해 보였지만 영락없이 그 할아버지였어. "오랜만에 오셨네요."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조금 웃어 보였어. "할머니도 곧 오시겠지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못 와. 하늘나라에 갔어."하는 거야. 나와 아내는 들고 있던 만두 접시를 떨어뜨릴 만큼 놀랬어. 울먹이는 할아버지 얘기를 듣고 우리 부부는 벌린 입을 다물수가 없었어. 너무 기가 막혀서, 너무 안타까워서... 두 분은 부부인데 할아버지는 수원의 큰아들 집에, 할머니는 목동의 작은아들 집에 사셨대. 두 분이 싸우셨냐구? 그게 아니라 아들 며느리가 싸운거지. 큰 며느리가 다 같은 며느리인데 나만 부모를 모실 수가 없다고 강경하게 나오는 바람에 공평하게 양쪽 집에서 아버지 어머니 한 분씩 모신 거야. 그래서 두 분은 견우와 직녀처럼 가끔 밖에서 만난 거구. "이제 나만 죽으면 돼. 천국에선 같이 살 수 있겠지." 할아버지는 중얼거리며 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어. 이 땅에 아들이고 며느리인 나와 아내는 죄인처럼 할아버지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어. -사랑하기에 아름다운 이야기 中에서-
출처 : yesulc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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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8일 (금) 22:24 MBC뉴스

故 권정생 선생 "인세 북녘 아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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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몽실언니, 강아지똥 등으로 유명한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이 어제 별세했습니다.

작품 인세는 모두 북녘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정윤호 기자입니다.




경북 안동시 일직면 빌뱅이 언덕 기슭의 작은 오두막집 한 채. 댓돌 위에는 자줏 빛 고무신 한 켤레와 누군가 두고 간 백합 한 송이가 놓여 있습니다.

우편물을 받아 볼 주인은 이미 세상을 등졌지만 집배원은 습관처럼 선생을 불러 봅니다.

● 인터뷰 : "선생님,등기 왔습니다"

'몽실언니''강아지 똥' 등 어린이와 이웃에대한 사랑을 주로 얘기했던 권정생 선생.

작품 인세수입은 20년 넘도록 통장에 모여, 적지 않은 재산을 남겼습니다.

그렇지만 선생은 평생 먹다남은 찬 밥도 함부로 버리지 않았습니다.

간신히 사는 게 잘 사는 거라며 고집스레 숨어서 살았던 삶. 고인의 순박했던 삶을 추모하는 발길이 끊이질 않습니다.

● 조영옥 시인 : "당신이 너무나 큰 육신의 고통을 안고 있으면서도 세상의 모든 핍박받는 분들을 마음아파하는 그런 분이셨고요."

반평생을 가난한 예배당 종지기로 살면서 병마를 벗삼아 지냈던 선생.

육신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직전, 북녁의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었습니다.

● 이철수/판화가 : "북녘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그렇게 말씀하셨고"

결혼을 하지 않아 유족이 없는 고인의 장례는 민족문학인장으로 치러집니다.

MBC 뉴스 정윤호입니다.

(정윤호 기자)

출처 : 독서논술지도사 김필녀서재
글쓴이 : 김필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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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언니’ 작가 권정생씨 타계… 문학 반려 삼은 ‘성자적 삶’ 외길

 

몽실언니’의 작가인 아동문학가 권정생씨가 17일 지병으로 타계했다. 향년 70세. 고인은 20대부터 만성심부전, 결핵 등으로 오랜 기간 투병했으며 최근 3∼4년간 병세가 악화돼 작품 활동을 접고 요양을 해오다 16일 입원했었다.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고인은 광복 직후인 1946년 외가가 있는 경북 청송으로 귀국했지만 가난으로 인해 가족들과 헤어져 어렸을 때부터 나무장수, 고구마장수, 담배장수 등을 전전했다. 이후 경북 지역을 떠돌다 67년 안동시 일직면 조탑동에 정착하여 그 마을 교회 문간방에서 살며 종지기가 되었다.

69년 동화 ‘강아지 똥’을 발표해 월간 ‘기독교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동화작가의 삶을 시작한 그는 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당선되었고, 75년 제1회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았다. 80년대 초부터 교회 뒤 빌뱅이언덕 밑에 작은 흙집을 짓고 살았다.

그의 작품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자연과 생명, 어린이, 이웃, 북녘 형제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깜둥바가지, 벙어리, 바보, 거지, 장애인, 외로운 노인, 시궁창에 떨어져 썩어가는 똘배, 강아지 똥 등 그가 그려내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힘 없고 약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을 죽여 남을 살려냄으로써 결국 영원히 사는 그리스도의 삶을 작품 속에 그려냈다.

‘몽실언니’ 외에도 ‘점득이네’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시집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 ‘무명저고리와 엄마’, 수필집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 ‘우리들의 하느님’ 등이 있다.

84년 출간된 ‘몽실언니’는 현재까지 60여만 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아동문학계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 제1회 기독교 아동문학상(1969), 제22회 새싹문학상(1995) 등을 수상했다.

유족은 없으며 장례는 6·15 민족문학인협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가 공동 주관하는 민족문학인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빈소는 안동병원, 발인은 20일 오전 9시, 장지는 생가가 있는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이다

 

안동병원 전화 (054-820-1679).

정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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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독서논술지도사 김필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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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홧가루 날리니, 송화다식이 먹고 싶네

윤사월(閏四月) / 박목월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길다
꾀꼬리 울면 
산직이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 듣고 있다
.
지난 주부터 아파트 옆에 있는 산에서 운동을 
하면서 소나무에 송화가 많이 달린 것을 보았습니다. 
요즘엔 차유리는 물론이고 아파트 전체가 온통 
노란 송홧가루로 뒤범벅이 되었네요...^^
운동을 하면서 박목월님의 
'윤사월'을 암송해 보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소나무의 새로운 것도 알게 되었네요.
무엇이냐구요? 소나무는 5월에 암꽃과 수꽃이 
한 나무에 따로따로 핀다는 것을 알았네요...
    송홧가루 날리니, 송화다식이 먹고 싶네 바람이 부니 앞산에 노란 안개가 피어납니다. 마치 새벽녘 강가에서 피어오르던 그 물안개처럼 하늘거리는 노란 안개가 바람 따라 휘휘 피어납니다. 그렇게 피어난 노란안개로 하늘이 노래집니다. 하늘만 그런 게 아니라 사방천지가 온통 노란색이 됩니다. 송홧가루가 바람 따라 물안개처럼 피어나고 그렇게 피어난 송홧가루가 천지를 노랗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이 맘 때가 되면 소나무에도 꽃이 핍니다. 그렇게 핀 소나무 꽃에서 발생하는 노란 꽃가루가 바로 송홧가루입니다. 송홧가루는 그 가루가 어찌나 고운지 작은 바람에도 안개처럼 천리만리 가벼이 날아다닙니다. 지금이야 애꿎은 먼지 취급을 당하지만 옛날에는 이 송홧가루를 채취해 다식이나 고급과자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했었습니다. 요즘도 재래시장이나 고급 음식 재료를 파는 곳엘 가면 송홧가루를 살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이렇게 채취한 송홧가루로 명절이나 제사 때 다식을 만들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다식이 꽤나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검은 깨로 만드는 깨다식, 찹쌀과 다른 것을 섞어 만드는 찹쌀다식 그리고 송홧가루로 만드는 송화다식 등이 있었습니다. 송홧가루에 꿀이나 물엿을 넣어 이들을 잘 반죽해 다식판에 잘 다져넣고 꾹꾹 찍어내면 다식이 만들어 졌는데 먹을 것이 별로 없던 그때는 다식이 아주 귀한 과자였습니다. 다식을 만들 때 꿀이나 과자를 넣었던 것은 아무래도 송홧가루 자체만으로는 잘 뭉쳐지지 않고 단맛을 내야 했기 때문에 그랬을 겁니다. 그 당시 유행했던 당원이나 사카린을 넣지 않고 꿀이나 물엿을 넣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딱딱하게 굳지 않았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도 만들 때처럼 적당하게 말랑거리기에 먹기 좋아서 사용한 듯합니다. 지금이야 그때의 다식들 보다 더 맛나고 달콤한 과자들이 흔해서 잘 먹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그때의 다식을 생각하면 입맛이 돌고 가슴이 울컥해 집니다. 소나무에 매달려 먼지처럼 날리기 쉬운 송홧가루를 채취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오. 소나무를 휘어잡고 광목으로 만든 자루나 마분지로 만든 종이봉투를 송화에 대고 작은 막대로 톡톡 때리며 풀풀 날리는 송홧가루를 채취하는 모습을 말입니다. 먼지처럼 날리며 조금씩 아주 조금씩 봉투 안에 쌓이는 그 가루를 모으는 게 송홧가루 채취였습니다. 바람이 없거나 잔잔한 날은 그래도 괜찮았지만 바람이라도 불면 송홧가루가 자루나 봉투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람에 날려 온통 머리에 뒤집어쓰기 일쑤였던 게 송홧가루 채취였던 듯싶습니다. 그러니 송홧가루를 채취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꽃가루를 잔뜩 몸에 묻힌 벌들의 뒷다리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머리는 물론 귓속까지 온통 노란 송홧가루로 덮였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채취해 온 송홧가루는 고운 체로 쳐서 이물질을 제거한 다음 잘 말려서 보관하였습니다. 하늘이 노랗도록 휘날리는 송홧가루를 보니 문득 그 송홧가루를 온몸에 뒤집어쓰고 집으로 돌아오던 어른들의 옛 모습이 떠오르며 송화다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침을 꿀꺽 넘기게 됩니다. 송홧가루를 채취하러 갈 때 어른들을 따라다니며 송피를 얻어먹던 기억도 있습니다. '보릿고개'란 말이 50,60년대의 농촌 경제를 말해 주는 대표적 묘사 어구라고 하면 이 보릿고개를 극복하는 대표적 방법 중 하나를 묘사하는 단어는 '초근목피'일 겁니다. 말 그대로 먹을 것이 떨어지니 풀뿌리를 캐먹고 나무껍질을 벗겨 주린 배를 채운다는 뜻입니다. 어렸을 때 딱히 배가 고파서 먹었다는 기억은 없지만 어른들이 송홧가루를 채취하러 갈 때 쫄랑거리며 따라나서면 물오른 소나무 껍질을 벗겨 목피를 먹게 해 주었습니다. 일 년쯤 된 물오른 소나무 순을 잘라 겉껍질을 벗겨주면 얼음과자를 빨아먹듯 그 것을 빨아먹었습니다. 소나무의 속껍질에서는 달착지근한 물도 나오고 약간은 끈적거리는 듯한 속껍질 자체를 뜯어먹을 수 있었습니다. 봄바람에 피어나는 송홧가루를 보니 송화다식이 먹고 싶고 그때 맛보았던 그 목피의 맛이 그리워집니다. 박목월님의 시 "윤사월"에 나오는 산지기 외딴 집 눈먼 처녀처럼 문설주에 귀를 대고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를 하루 종일 마음에 그려 보렵니다. - 임윤수 기자 / ⓒ 2005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출처 : 독서논술지도사 김필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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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 오세영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 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 5월의 편지 / 소리새 ♬
출처 : 독서논술지도사 김필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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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연은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지 못했던 탓으로 내 곁에서 사라지게 했던 사람들 한때 서로 살아가는 이유를 깊이 공유했으나 무엇 때문인가로 서로를 저버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관계의 죽음에 의한 아픔이나 상실로 인해 사람은 외로워지고 쓸쓸해지고 황폐해지는 건 아닌지 나를 속이지 않으리라는 신뢰 서로 해를 끼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주는 사람이 주변에 둘만 있어도 살아가는 일은 덜 막막하고 덜 불안할 것이다. 마음 평화롭게 살아가는 힘은 서른이 되면 혹은 마흔이 되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내 아픔과 기쁨을 자기 아픔과 기쁨처럼 생각해주고 앞뒤가 안 맞는 얘기도 들어주며 있는 듯 없는 듯 늘 함께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사람들만이 누리는 행복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이 온전한 사랑이라는 생각도 언제나 인연은 한 번밖에 오지 않는가도 생각하며 살았더라면. 그랬다면 지난날 내 곁에 머물렀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덜 줬을 것이다. 결국 이별할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 해도 언젠가 다시 만났을 때. 시의 한 구절처럼 우리가 자주 만난 날들은 맑은 무지개 같았다고 말할 수 있게 이별했을 것이다. 진작, 인연은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았더라면 -<신경숙> "인연은 한번밖에 오지 않는다" 중에서 -
출처 : 독서논술지도사 김필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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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 / 김필녀 가슴 속 갈피에 고이 묻어 두었던 그리운 이름 하나 다 비워진 줄 알았더니 내 청춘의 짙푸른 심장 소리로 남아 아직도 가슴 설레게 한다 세월의 향기로 날아가 버렸던 아련한 그대 이름 나이가 들면 퇴색하여 희뿌연 구름처럼 사라지고 그리움도 사라질 줄 알았다 말 하지 않아도 알 수 있고 둘만이 알 수 있는 이 세상 무엇보다 더 소중한 첫사랑은 두고두고 오래 간직하고픈 설레임이다 만나는 순간보다 그리움에 가슴 설레고 사랑한단 말보다 그윽한 눈빛이 더 부끄러워 가슴만 두근거리는 첫사랑은 애틋한 추억이고 그리움이다 / 070521
출처 : 독서논술지도사 김필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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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꽃)
        미안하다 꽃대야 김필녀 오월 맑은 햇살 아래 작약꽃대의 목이 부러진 채 붉은 피를 토하며 밭이랑 하나 가득 쓰러지던 날 무참하게 꽃대를 자르고 있는 농부의 속마음을 모른 채 부러진 꽃대가 너무 애처로워 원망의 눈길을 보내던 날이 있었다 미안하다 꽃대야 오늘은 내가 여리디 여린 인삼꽃대를 두손으로 무참하게 꺾고 있구나 크고 탐스러운 너의 열매보다는 굵고 단단한 뿌리가 필요했던 어미의 욕심이 더 앞섰기 때문에 하루 종일 꽃대를 꺾어야만 했었다 몇 년 더 꽃을 따내며 너를 아프게 해야만 하는데 꽃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기적인 내 생각보다 커져서 맑은 햇살 싱그러운 바람속에 선홍색 단단한 열매로 여물게 해주고 싶단다 정말 미안하다 꽃대야 070513 / 인삼꽃대를 꺾으면서
(7월 말에 열리는 인삼열매) ♬ 백만 송이 장미 / 심수봉 ♬
출처 : 독서논술지도사 김필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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